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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45) Q. 죽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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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죽을 것만 같아요

   마흔인 남자입니다. 아직 미혼인데 제가 너무 숫기가 없어서인지 아직도 결혼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유아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다가 우연한 기회에 열심인 신자를 만나 다시 성당에 나가게 됐습니다.

 성당에 나가자마자 저를 보신 본당신부님께서 전례단에 가입하라고 하셨고, 저를 맞아주시는 것에 기쁜 나머지 수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독서대에서 성경 봉독을 하게 됐는데, 짧은 분량이건만 그 부분을 봉독하는 동안 너무나도 힘이 들었습니다.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럽고 글자가 춤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제가 어떻게 하고 내려왔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던 신자분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으셨는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왜 그런지, 열심인 분들에게 물어보니 오랫동안 냉담을 하다가 돌아와 마귀가 시샘을 하는 것이라면서 성수를 뿌리고 올라가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그렇게 하면 되는지요? 지금은 독서대에 올라가라고 할까봐 다시 냉담을 하고 있습니다.
 
 A. 형제님이 가진 고민은 형제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분이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비슷한 증상을 갖고 살고 있고요. 형제님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심한 편일 뿐, 마귀가 들렸거나 무슨 큰 문제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형제님이 가진 문제는 `공황증상`인듯합니다.

 공황증상이란 특정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인 두려움이 있고, 그러한 대상이나 상황이 예견될 때 두려움이 유발돼 개인의 일상적 기능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심지어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감이 들거나,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미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자기의 공포나 두려움이 비합리적이란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자신을 두렵게 하는 것들을 피해 다니려고 하는 바람에 새가슴이라는 둥, 남자가 소심하다는 등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그런 증상이 나타나려고 하면 일시적으로 피난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도망하거나 회피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도망하는 것은 두려움을 피해 달아나는 것을 말하지만 일시적 피난이란 증상이 가라앉으면 다시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자신의 통제 아래 증상을 경감시키려고 일부러 하는 것입니다. 즉, 두려움에 눌려 `다리야 날 살려라`하는 식으로 도망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만약 형제님이 독서대에 올라가는 것이 두려워 성당에 다니는 것마저 기피한다면 평생을 그렇게 도망하면서 살아야 될 테니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다시 나가서 한 번 더 시도해 보시고 안 되면 쉬었다고 다시 해보고 하면서 적응기를 갖는 것이 인생의 다른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불편한 감정들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으면 시간이 가면서 병이 돼버립니다. 그래서 대개 내담자들은 상담자들에게 털어놓기를 하는데, 상대방 조언을 듣지 못하더라도 내 안의 감정들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료 효과를 갖습니다.

 형제님도 신자들을 피하지 마시고 고충을 털어놓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만 형제님을 놀리는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뭐 그까짓 것 갖고 그래" "사나이가 소심하게스리"하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새가슴인데 형제님을 깎아내림으로써 자기 위상을 높이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형제님을 위축시키고 마음에 상처를 줄 위험이 크니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그저 말없이 들어주는 사람을 구하십시오.

 세 번째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독서대에 올라가는 연습을 하기 바랍니다. 독서대에 올라가 눈을 감고 형제님 앞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있고, 그 사람들이 다 형제님을 존경하는 눈으로 보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마음 안에 뿌듯한 감정을 느끼는 시간을 가진다면 자신감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렇게 끈질기게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날인가 독서대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올라가서 목소리가 좀 떨리고 다리가 좀 후들거리더라도 도망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근육운동을 자주 하시고, 다른 사람들과 활달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를 바랍니다. 또 어떤 생각에 너무 부정적으로 지나치게 몰두하지 마시고, 많이 웃고 낙천적 생각을 가지는 훈련을 하신다면 공황증상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 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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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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