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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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46) 수도생활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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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도생활의 의미는?

  수도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청년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그 꿈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가 재개발에 걸린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과연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이 합당한 선택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폭력배들이 집집이 다니면서 협박을 하고 빈집에 불을 지르고, 조합은 주민을 속이고 하는 등의 과정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주민을 위한 재개발인지 의문이 갑니다. 젊은 혈기로 이런 일들을 그냥 두고 수도원에 들어간다는 것이 저 스스로 용납이 되지를 않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제가 수도원에 들어간다고 했더니 현실도피라는 둥, 고통받는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혼자서만 편하려고 수도원에 간다는 둥 너무 불편한 이야기를 해서 싸움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방에 홀로 누워있으면 친구들이 한 이야기가 마치 칼처럼 제 가슴 속에 꽂혀있음을 느끼고 마음이 몹시 아프고 힘겹습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정말 수도자가 되고자 하는 제 선택이 현실도피이고 저 혼자만 편하려고 하는 선택일까요?
 
 A. 형제님 고민을 잘 알겠습니다. 저 역시 재개발에 걸린(?) 곳에서 몇 년째 사목을 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재개발이 어떤 것인지 잘 압니다.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하는 얄팍한 공약에 속아 동의서에 도장을 찍은 분들 가운데 거의 90가 쥐꼬리만 한 보상금만 받고서 쫓겨나다시피 정든 동네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남은 10 조합원들마저 5년간 전세살이를 하면서 조합의 무능한 운영으로 말미암은 부채를 걸머져야 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재개발 현장입니다.

 얼마 전에는 조합원 30여 명이 저희 성당 때문에 자기들이 힘들다고 항의를 하러 오기까지 했습니다. 조합 측이 성당과 조합원들을 이간질하기 위해 자기들 잘못을 숨기고 모든 것을 성당 탓이라고 해서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저와 사목위원들이 1시간 동안 조합이 잘못한 것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더니 외려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하고는 되돌아갔습니다. 여하간 제가 재개발 현장에서 온몸으로 보고 느낀 것은, 재개발은 주민을 대상으로 사기 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밖에서 보는 분들이야 `법대로 하는 일인데, 왜 난리들이냐`고 하지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가히 무법천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아무도 나서서 피해를 본 주민을 돌보려 하지도 않으면서 서민 운운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열불이 난답니다. 그래서 형제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형제님 성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수도생활은 절대 현실도피도, 나 혼자만의 안위를 위한 삶도 아닌 도전하는 삶, 병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사회운동의 핵심체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님도 알다시피 지금 벌어지는 일들, 재개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거의 모두가 돈과 관련돼 있고, 돈에 대한 집착과 탐욕이 만들어내는 부산물들 때문에 일어난 일련의 병적 현상들입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사람들 영혼이 탐욕으로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해도 자기 마음 안에 하느님이 아닌,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닌, 돈을 신으로 모시고 살게 되면 돈의 노예가 돼 그 마음이 탐욕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고,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정책을 서슴없이 펼쳐 서민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인간성이 회복되지 않은 경제 살리기는 거대한 공룡이 초식동물을 먹이로 삼듯, 서민이 가진 적은 재산마저 앗아가려는 범죄행위가 되기 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도자들의 가난한 삶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선 수도원 자체가 가난한 사람들 의지처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수도자들의 가난한 마음은 돈에 눈이 멀어 폭력마저 일삼는 사람들에게는 경종이 되고, 가난에 찌들어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바다의 등대와도 같은 희망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형제님이 수도자가 되려고 하는 선택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입니다.

 가르멜수녀회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봉쇄수도원에서도 늘 사회를 위해 기도하신 분입니다. 그분처럼 수도원에서도 늘 사회의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의 힘겨운 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며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예언자적 소명을 실천하는 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민하지 마시고 수도자의 길을 가시기를 권합니다.


홍성남 신부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 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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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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