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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57>재화의 보편적 목적·권리와 사회 약자에 대한 우선 선택 의무

약자 위한 우선 선택, 자비 아닌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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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재를 재화(사용)의 보편적 목적 및 권리라는 교회 가르침에 비춰 살펴봤다. 물ㆍ전기ㆍ통신ㆍ의료ㆍ교육ㆍ치안ㆍ국방 등 공공재를 효율성을 위해 민영화하면, 시민에게 더 큰 혜택이 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소수 투자자의 이윤 극대화만 가져올 위험이 크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공동체 형성에 기초적인 법적 정의조차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경제 민주화`가 최대의 화두가 되기까지 했을까.
 
 #인간적 성장의 필수조건, 재화
 오늘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의 의무` 관점에서 공공재를 살펴보자. 교회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원리가 가난한 이들, 소외받는 이들, 어느 모든 자신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 조건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82항)고 가르친다.

 자신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 조건이란 무엇일까? 교회가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강조하는 공동선에 어긋나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공동선은 집단이든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쉽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인 까닭이다.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란 정치ㆍ경제ㆍ문화ㆍ국제ㆍ종교적 조건 따위로 구별할 수 있다. 독재 치하에서, 빈곤 상태에서, 마음과 정신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조건, 정치 및 경제의 식민 상태, 종교의 자유가 없는 상태, 그 삶을 인간다운 생활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를 `자신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 조건` 혹은 공동선의 부재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경제적 조건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방위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교리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고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조성하는 물질 재화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간이 먹고 성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귀며 또한 인간 소명의 가장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러한 재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171항).

 이렇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재화가 공정하게 모두에게 분배된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개인적 원인에서건, 사회 구조적 이유에서건, 혹은 왜곡된 국제질서 때문이건 빈곤한 이들이 존재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곡물로 120억 명이 먹고 살 수 있다는데, 지구 인구 70억 중 절반 가까이 굶주리는 게 현실이다.
 
 #재화의 올바른 사용, 선택이 아닌 의무
 교회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 "창조된 재화는 예정된 대로 언제나 전(全) 인간과 온 인류의 발전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언한다"(177항)고 가르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그리스도교 사랑의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특별한 형태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의 삶을 모방하도록 영향을 주며,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재화의 소유와 사용에 관한 논리적 결정에도 적용된다고 가르친다.

 당연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사랑과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내리는 결정은 수많은 굶주리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182항 참조). 그 같은 결정은 단순한 자선 행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빈곤을 양산하는 사회적ㆍ정치적 문제에 대처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자비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184항)이라 분명히 밝힌다.

 공공재를 민영화해 경제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말이 설득력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수익이 목적인 시장이 `자신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 조건`에 놓여 있는 시민, 곧 사회적 약자에게 `자비의 행위`를 베풀 수 있을까. 아무리 따뜻한 자본주의를 논하더라도 시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을 정의의 의무로 받아들일까. `윤리적으로 심각한 걱정거리`(369항)가 된 국제 금융체제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도록 실물 시장을 유인할까.

 공공재의 민영화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정의의 의무를 행하는데 장애가 될지 모른다. 공공재의 민영화는 교회가 펼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자선 행위에만 국한되며,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 조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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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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