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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41) 배고픈 이들의 안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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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서 12장 1-8절을 읽어보자. 하루는 예수님의 일행이 밀밭 사이를 지나게 되었다. 그분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었다. 그런데 그날은 공교롭게도 안식일이었다. 마침 그것을 보고 있던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한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2절)

안식일은 어떤 날인가? 안식일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땅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억하고 거행하는 날이다.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명령한 대로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여라. 엿새 동안 일하면서 네 할 일을 다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의 하느님을 위한 안식일이다 … 너는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를 하였고, 주 너의 하느님이 강한 손과 뻗은 팔로 너를 그곳에서 이끌어 내었음을 기억하여라. 그 때문에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다.”(신명 5,12-15)

이 안식일은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한 이후 광야에서 생활하던 때와 관련하여 처음으로 언급된다.(탈출 16,16-30)

하느님은 이스라엘에게 매일의 양식을 선물로 주셨다. 백성들은 만나를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였는데 엿샛날에는 갑절로 거두어들였다. 왜냐하면 이렛날은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보아라, 주님이 너희에게 안식일을 주었다. 그래서 엿샛날에는 너희에게 이틀치 양식을 준다. 그러니 이렛날에는 저마다 제자리에 머무르고, 아무도 자기가 있는 곳을 떠나 밖으로 나가지 마라.”(29절)

이와 같이 안식일은 양식을 주시는 하느님의 돌봄과 그분에 대한 신뢰와 관련 있다.

그리고 안식일은 하느님의 창조를 기억케 하고 그분의 재-창조(re-creation)를 미리 맛보여 준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 이는 주님이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이 안식일에 강복하고 그날을 거룩하게 한 것이다”(탈출 20,8-11)

안식일에 하느님의 백성은 쉬어야 하며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통치를 인정하고 거행해야 한다.

안식일은 안식년과 희년과도 연관성을 가진다. 안식년에는 땅이 쉬어야 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양식이 주어지며 종들은 자유롭게 되고 빚은 탕감된다. 희년에도 땅은 쉬어야 하고 소유물과 땅이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진다.

안식년과 희년과의 관련성 안에서 안식일은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의 회복과 실현을 의미하고 하느님 창조의 완성을 전망한다.

창조 이야기에 따르면, 하느님은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창세 1,29)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이러한 하느님의 의도는 인간에 의해 방해받았고, 오히려 땅과 양식은 부자를 부자로, 가난한 이는 가난한 이로 머물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안식일은 가난한 이들이 양식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

예수님은 이러한 안식일의 상황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그분은 바리사이들에게 도전하신다(마태 12,3-8).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이 양식에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는 안식일에 대한 종교 엘리트들의 통제에 저항하신다. 그래서 안식일에 어떻게 배고픈 이들이 먹도록 허용되었는가를 실례를 들어 설명하신다.(3-4절)

예수님에 따르면 배고픈 이들이 존재하는 한 안식일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되고 정의와 평화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된다.

안식일의 실천은 배고픔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들을 만나는 자비로운 행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7절)

자비는 하느님의 정의, 즉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 상황’(status quo)의 제한적인 실천과 구조에 대한 도전이고, 양식의 나눔을 통해 살림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안식일의 본래적 의미이고 희망적인 비전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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