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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43) 우선적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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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활동하시던 당시의 이스라엘은 엄격한 신분 사회이며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사회의 상층을 이루었던 이들은 로마 제국의 지도자들과 대사제, 수석 사제들, 최고 의회 의원 등과 같은 유다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은 주로 이스라엘의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인 수도 예루살렘에 살며 사회적 지위와 부를 가지고 있었다. 모세 율법을 연구하고 해석하던 바리사이, 율법 학자들은 종교적 엘리트들이었다.

이에 비해 농부, 어부, 소작인, 종, 품삯 일꾼, 세리, 창녀 등은 사회의 하층민들이었다. 특히 나병 환자, 거지, 눈먼 이, 귀먹은 이, 병자, 더러운 영이 들린 이 등은 사회 밑바닥의 소외된 이들이었고 여성은 철저히 차별받았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서 기원후 1세기 팔레스티나의 사회적, 정치적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삶을 살았다. 당시의 사람들은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차이를 이유로 성별, 계층별, 세대별, 건강 상태별로 갈라져 있었다.

역사의 예수님이 만난 사람들, 곧 세리, 무력한 거지, 나병 환자, 창녀, 부자, 가난한 이 등의 생활은 그들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삶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예수님은 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셨을 때 그들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범위도 잘 알고 계셨다. 즉 예수님은 사람들을 만나실 때 그들 삶의 다양한 측면들, 곧 총제적인 차원들을 분명히 의식하셨다.

영구적인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은 당시 사회에서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변두리로 내몰렸고 결국 구걸을 하며 살았다. 질병을 가진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병 환자는 부정(不淨)한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사회에서 전적으로 배제되었다. 나병은 전염이 되는 특성과 제의적인 부정 때문에 사회로부터의 소외를 발생시켰다. 나병은 환자 당사자의 몸 뿐 아니라 하느님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파괴하였다. 그래서 나병 환자는 죄인으로 간주되어 그와 접촉하는 것조차 부정한 일로 여겨졌다.

그는 하느님의 영역에서 배제되었고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었다(레위 13,45-46). 나병 환자는 사람들로부터 이미 죽은 사람의 몸처럼 취급받았다.

예수님은 사회 안에서 희망 없이 살던 이들, 회피당하고 잊혀진 이들에게 다가가셨다. 예수님은 더럽혀질 위험을 무릅쓰고 나병 환자를 만지고 그를 깨끗하게 고쳐 주신다. 예수님의 치유는 나병 환자의 삶을 변화시킨다. 예수님의 치유는 나병 환자의 하느님과의 관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친교도 회복시킨다. 즉 이것은 신체적 건강의 회복 뿐 아니라 종교적이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질병만을 치유하실 뿐 아니라 종교적 공동체와 사회적 공동체를 회복시키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시 사회에서 윤리적으로 내쫓긴 이들인 세리의 친구가 되셨다. 그분은 따뜻한 ‘환대’(hospitality)로 그들을 받아들이시고 함께 식사하심으로써 친교를 나누신다. 예수님은 세리들을 맞이하실 때 그들이 당시 사회적, 경제적 구조 안에서 가졌던 위치를 분명히 의식하셨다.

예리코의 세관장 자캐오(루카 19,1-10)는 유다인들에게 죄인으로, 부정(不淨)한 인물로 취급받았다.

예수님은 그에게 “만일 네가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 가진 것을 되돌려준다면 내가 너와 함께 음식을 먹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님과의 식탁 친교(Table fellowship)가 자캐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고,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와 다른 사람들과의 올바른 관계를 회복시켰던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이 꿈꾸셨던 다시 새롭게 되는 이스라엘(renewed Israel)의 사회적 연대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실천에서 가장 큰 특징은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관심’(preferential concern for the poor)이다. 그것은 사회 안에서 변두리로 내몰린 이들(marginalized)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다.

예수님의 우선적 관심의 대상은 당시에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인 이유로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이들이었다. 여기에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의 비전이 뚜렷이 드러난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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