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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46) 로마 제국의 질서에 대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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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하느님의 통치와 세상의 통치 사이, 곧 이방인들의 억압 체제와 하느님 나라에서 일어날 일들 사이의 극명한 대조(contrast)를 제시하셨다. 예수님은 지배와 폭력을 특징으로 하는 세상의 지도자들 행동을 비판하시며 제자들에게 지배와 폭력의 포기를 가르치셨다. 그리고 제자들의 공동체는 세상의 가치에 대조가 되는 대안적 공동체(alternative community)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세상의 관습적 방식에 도전하시는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대안적인 길은 바로 섬김이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2-44)

로마 제국은 예수님이 사셨고 활동하신 팔레스티나에서의 삶의 조건을 결정지었다. 예수님은 예언자적인 가르침과 행동을 통해서 로마 제국의 질서와 그것이 피지배 민중에 끼친 영향에 저항하고 도전하셨다. 그분은 로마 제국의 통치자들과 그들에게 예속된 헤로데 가문, 대사제들이 하느님의 심판 아래 있다는 것을 선언하셨다. 갈릴래아의 여러 마을에서 활동하신 예수님의 일은 로마 제국의 폭력에 의한 결과들을 치유하고 제국적 질서의 영향으로 허물어지는 공동체들을 다시 새롭게 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일은 로마 제국의 질서에 대하여 분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로마 제국의 지배 엘리트들은 그들이 가진 힘으로 다른 민족들을 복종시키고 자원을 착취할 수 있다고 여겼다. 제국의 질서에 저항한 민족들은 위협적인 군사적 폭력에 의해 탄압 받았다. 제국의 점령은 마을들을 황폐화시켰고 가족들을 붕괴시켰으며 생존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여러 층의 지배자들에 의한 착취로 민중의 삶은 경제적 압박으로 고통 받았고 전통적인 생활 방식, 특히 가족, 마을 공동체와 같은 기본적인 사회적 형태들이 해체되었다. 이와 같이 로마 제국의 질서는 군사적인 참화, 경제적인 억압, 피지배 민중의 전통적 문화와 사회적 구조의 유린을 초래하였다.

예수님은 이러한 로마의 군사적 폭력과 경제적 착취로 인한 결과들을 치유하고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의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운동을 시작하셨다. 그분은 가난하고 배고픈 민중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제시하심으로써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희망이 움트게 하셨다.

예수님의 운동은 계약의 공동체를 다시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해체되어 가는 공동체를 다시 살리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서로를 먹여 살리는 사회-경제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가 실현되는 평등한 공동체의 형성을 위하여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계약 전통 안에서 그 뿌리를 발견하신다. 정의롭고 협동적인 정치-경제적 관계를 위한 모세 계약 전통의 가치와 원칙들을 다시 새롭게 회복함으로써 예수님은 진정한 사회 변혁의 길을 제시하신다.

이 운동은 가난한 이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대안적인 공동체 안에서는 다른 이들의 가난과 절망을 이용하여 이웃을 속이고 착취하는 행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한 계약의 원칙들에 다시 새롭게 헌신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는 군림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제국적 행태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섬기는 종의 생활 방식이 실현되어야 한다.

예수님이 정의, 협력, 연대성의 가치와 원칙을 가르치고 실천하신 것은 로마 제국의 통치 질서라는 상황에서였다. 그분은 제국적 질서에 도전하시면서 모세 계약의 전통이 다시 새롭게 되는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하신다. 이 대안적 공동체는 로마 제국의 질서가 하느님의 심판 아래 있다는 확신 위에 형성된다.

예수님은 관대함,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대안적 공동체 운동의 정치-경제적 가치의 실현에 헌신하도록 우리를 초대하신다. 오늘날의 새로운 제국적 질서의 현실 안에서 우리는 이 예수님의 대안을 선택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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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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