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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67) 부(富)의 경제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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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제시하는 두 종류의 경제학 중에서 부의 경제학(economics of wealth)이 가지는 부정적인 특징들을 계속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다섯째, 부의 경제학이 가지는 기본 견해는 인간은 충분함을 모르고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재물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삶에 있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재물의 축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옳게 행동할 줄을 모른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성채 안에 폭력과 억압을 쌓아 올리는 자들이다.”(아모 3,1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

여섯째, 부의 경제학이 중요시하는 기본 가치에 따르면 풍요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가지는 것에 기초한다.

“불행하여라, 불의를 꾀하고 잠자리에서 악을 꾸미는 자들! 그들은 능력이 있어 아침이 밝자마자 실행에 옮긴다. 탐이 나면 밭도 빼앗고 집도 차지해 버린다. 그들은 주인과 그 집안을, 임자와 그 재산을 유린한다.”(미카 2,1-2)

일곱째, 잉여의 처분에 있어서 부의 경제학은 계층 분리를 옹호하고 이를 위해 잉여를 축적한다. 상위 계층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빼앗고 구조적 폭력을 이용하여 재물을 쌓고 사치스런 생활을 한다.

“너희가 힘없는 이를 짓밟고 도조를 거두어 가니”(아모 5,11), “힘없는 이들을 억압하고 빈곤한 이들을 짓밟으며”(아모 4,1), “의인을 괴롭히고 뇌물을 받으며 빈곤한 이들을 성문에서 밀쳐 내었다.”(아모 5,12) “불행하여라, 좋은 것을 나쁘다 하고 나쁜 것을 좋다 하는 자들! 어둠을 빛으로 만들고 빛을 어둠으로 만드는 자들! 쓴 것을 단 것으로 만들고 단 것을 쓴 것으로 만드는 자들!”(이사 5,20)

여덟째, 부의 경제학의 목표는 끝없는 부(富)인데, 인간은 결코 충분함에 만족하지 않는다.

“빈곤한 이를 짓밟고 이 땅의 가난한 이를 망하게 하는 자들아 이 말을 들어라! 너희는 말한다. ‘언제면 초하룻날이 지나서 곡식을 내다 팔지? 언제면 안식일이 지나서 밀을 내놓지? 에파는 작게, 세켈은 크게 하고 가짜 저울로 속이자. 힘없는 자를 돈으로 사들이고 빈곤한 자를 신 한 켤레 값으로 사들이자. 지스러기 밀도 내다 팔자.’”(아모 8,4-6)

아홉째, 부의 경제학의 결과는 자원의 착취, 계층 분리, 억압이다. 이것은 모든 이의 선(善)을 위한 이익의 공정한 균형과 기본 권리를 보증하는 연대(solidarity) 위에 형성된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바로 너희가 포도밭을 망쳐 놓았다. 너희의 집은 가난한 이에게서 빼앗은 것으로 가득하다. 어찌하여 너희는 내 백성을 짓밟고 가난한 이들의 얼굴을 짓뭉개느냐?”(이사 3,14-15) 계층 간의 분리는 빈곤의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부유함을 초래한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루카 16,19-21) 그리고 이러한 계층 분리를 유지하기 위한 힘과 억압은 증가하게 된다.

부의 경제학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서 예수님은 헬레니즘과 로마 제국 체제의 재화를 축적하는 경제, 곧 화폐 축적의 경제에 대하여 비판적이시다. 예수님은 이 경제 체제를 맘몬(Mammon)이라고 부르셨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예수님의 출발점은 자급 경제(subsistence economy)라는 고대 이스라엘의 전통이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에게 토지와 왕권의 신인 바알과 하느님 사이에서 결단을 촉구했던 엘리야처럼,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과 맘몬, 곧 돈과 권력의 축적을 위한 체제 사이에서 결단을 촉구하신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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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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