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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0)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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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남자와 여자를 당신과의 관계 안에서 뿐 아니라 다른 이들 그리고 창조된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완전히 조화롭게 살도록 창조하셨다. 이것은 하느님, 그들 자신, 다른 이들, 그리고 하느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 사이에서의 샬롬(Shalom), 곧 평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창세기 3장에서는 이러한 하느님의 창조 목적이 왜곡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네 가지 측면의 인간 소외(alienation)를 말하는데,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 인간 자신으로부터의 소외, 다른 이들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자연으로부터의 소외이다.

에덴 동산에서 남자와 여자는 하느님에게 불순종하였다.(창세 3,1-24) 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장벽(barrier)을 만든다. 이것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 곧 생기 넘치는 생명의 관계가 단절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죄는 인간을 창조주이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에덴 동산에서 하느님과 조화롭게 살았던 아담과 하와는 이제 그분 앞에서 숨어 버린다. “그들은 주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과 그 아내는 주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창세 3,8) 다가오시는 하느님에 대한 아담과 하와의 반응은 숨는 것이었다. 이것은 하느님과의 열린 신뢰 관계가 깨어진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의 소외와 그 결과들은 전체 성경의 중심 주제들 중의 하나이다. 성경은 인간 소외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다. “보라, 주님의 손이 짧아 구해 내지 못하시는 것도 아니고 그분의 귀가 어두워 듣지 못하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느님 사이를 갈라놓았고 너희의 죄가 너희에게서 그분의 얼굴을 가리어 그분께서 듣지 않으신 것이다.”(이사 59,1-2)

하느님으로부터의 인간 소외는 성경에 풍부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바벨 탑 이야기(창세 11,1-9)가 그중의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성경 전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아브라함의 부르심 이야기 바로 앞에 위치한다. 바벨 탑은 단순히 인간의 교만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창세 11,4) 여기서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바벨 탑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하나의 기술을 의미한다. 즉 이것은 인간들이 느꼈던 하늘로부터의 거리와 소외를 가리킨다. 하느님으로부터의 이 소외는 “주님께서 내려오시어 사람들이 세운 성읍과 탑을 보시고”(창세 11,5)라는 구절에서도 표현된다. 바벨 탑 이야기의 하느님은 더 이상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와 함께 친교를 나누며 걸으시는 분이 아니시다.

이 바벨 탑 이야기는 베텔에서의 야곱의 꿈 이야기(창세 28,10-22)와 강한 대조를 이룬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창세 28,12) 여기서 우리는 하늘과 땅의 소통(communication)을 발견한다. 하느님은 야곱과의 소통을 위해 주도권을 잡으신다.

성경이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은유들(metaphors) 중에는 병(disease)과 눈먼 상태(blindness)가 있다. “너희는 얼마나 더 맞으려고 자꾸만 반항하느냐? 머리는 온통 상처투성이고 마음은 온통 골병들었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데라곤 없이 상처와 상흔 새로 맞은 자국뿐인데 짜내지도 싸매지도 못하고 기름을 바르지도 못하였구나.”(이사 1,5-6) “눈먼 이가 어둠 속에서 더듬는 것처럼, 너희는 대낮에도 더듬으며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할 것이다. 너희가 늘 억압을 받고 착취를 당하여도 구원해 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신명 28,29) 이러한 하느님으로부터의 인간 소외는 시편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하느님, 제게서 멀리 계시지 마소서. 저의 하느님, 어서 저를 도우소서.”(시편 71,12)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소리쳐 부르건만 구원은 멀리 있습니다. 저의 하느님, 온종일 외치건만 당신께서 응답하지 않으시니 저는 밤에도 잠자코 있을 수 없습니다.”(시편 22,2-3)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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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우리 하느님의 집을 위하여 너의 행복을 나는 기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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