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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1) 자신으로부터의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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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따르면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는 인간 내면에서 자기 소외(self-alienation)를 초래한다. 에덴동산에서 남자와 여자는 하느님에게 불순종하고 그분 앞에서 숨는다. 하느님은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하고 물으셨다. 이에 아담은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창세 3,10)라고 대답한다. 여기에서 두려움은 분열된 자아를 의미한다.

창조주 하느님과 친교의 관계에서 살 때 인간은 그분을 신뢰하였기에 움츠러드는 두려움과 불안이 없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 두려움은 벌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는 이는 아직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1요한 4,18) 하느님의 뜻은 당신 자녀들이 “원수들 손에서 구원된 우리가 두려움 없이 한평생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의롭게 당신을 섬기도록 해 주시려는 것”(루카 1,74-75)이다. 그러나 죄에 의한 소외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간의 두려움은 하느님에 대한 불순종 때문에 초래된 영적인 병(spiritual disease)인데 그것은 내적인 불편함(dis-ease)을 의미한다. 이 불편함은 인간의 정신, 영혼, 의식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는 인간의 내면에 불안, 동요, 내적 갈등을 초래한다.

창세기 4장에서 우리는 카인의 이야기를 읽는다. 자신의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은 하느님으로부터, 자기 가족으로부터, 땅으로부터 소외된다. 하느님은 카인에게 말씀하신다. “너는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창세 4,12) 죄로 말미암아 카인은 자신으로부터 떠돌며 해매는 신세가 된다. 여기에서 카인의 자기 소외는 떠돌며 해매는 불편함(dis-ease)으로 표현된다. 이에 앞서 하느님은 카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옳게 행동하면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네가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 죄악이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리게 될 터인데, 너는 그 죄악을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느냐?”(창세 4,7) 여기에서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노리는 죄악이라는 은유(metaphor)는 죄악의 유혹과 인간 내면의 갈등을 가리킨다.

이러한 내적 소외는 선과 악을 행하는데 있어 상반되는 원의에서 드러난다.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죄입니다. 사실 내 안에, 곧 내 육 안에 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로마 7,15-24)

성경은 이러한 인간의 내적 분열과 자기 소외를 “두 마음”(야고 1,8 4,8), “변덕쟁이”(시편 119,113)라고 부른다. 인간의 내적 소외는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는 인간의 내적 분열 뿐 아니라 사회적 분열을 초래한다. 인간의 자기 소외는 싸움과 다툼으로 표현된다. “여러분의 싸움은 어디에서 오며 여러분의 다툼은 어디에서 옵니까? 여러분의 지체들 안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욕정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까? 여러분은 욕심을 부려도 얻지 못합니다. 살인까지 하며 시기를 해 보지만 얻어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또 다투고 싸웁니다. 여러분이 가지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야고 4,1-2)

인간의 자기로부터의 소외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가까이 오실 것입니다. 죄인들이여, 손을 깨끗이 하십시오. 두 마음을 품은 자들이여, 마음을 정결하게 하십시오.”(야고 4,8)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과 실천하신 치유는 인간의 이 내적인 부서짐(brokeness)을 고치는 것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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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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