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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2) 다른 이로부터의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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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으로부터의 멀어진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열되는데 이것이 심리학적 소외(psychological alienation)이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이로부터도 분열되는데 이것은 사회적 소외(social alienation)이다. 즉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는 자신으로부터의 소외와 다른 이로부터의 소외를 낳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관계의 수직적 차원(vertical dimension)과 수평적 차원(horizontal dimension)이 상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성경은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불순종이 어떻게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외를 초래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에덴 동산에서 여자와 남자가 나무 열매를 먹은 후, 하느님은 남자에게 질문하신다.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창세 3,11) 그러자 남자는 대답한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창세 3,12) 남자는 여자를 비난하는데, 그녀를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라고 표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하느님을 비난한다. 하느님으로부터의 멀어짐은 인간 사이의 분열을 초래한다. 아담과 하와의 죄는 결국 그들 상호간의 완전한 관계의 조화로움을 깨뜨린다.

남자와 여자의 손상된 관계에서 시작하여 인간 사이의 소외는 부모와 자녀, 형제와 자매, 가족, 종족, 민족, 그리고 모든 인종들 사이의 분열로 확대된다. 성경은 이 인간 소외의 다양한 경우들을 들려준다. 카인은 아벨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질투한다. 그리고 결국 카인은 아벨을 죽인다. 주님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 4,9-10)

그리고 성경은 야곱과 그의 쌍둥이 형 에사우 사이의 갈등, 레아와 라헬 사이의 갈등(창세 29-31장)을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인간 사이의 부서진 관계는 전체 인류 가족에게로 확장되고 민족과 종교 사이의 갈등으로 확대된다. “민족이 민족을, 성읍이 성읍을 쳐부수었습니다.”(2역대 15,6)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 사이의 소외에 그 원인이 있고, 인간 소외는 결국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에 그 원인이 있다.

예수님은 수직적 차원과 수평적 차원의 상호 관련성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마태 22,37-40)

구원은 인간이 가지는 하느님과의 내적 평화 이상이다. 구원은 인간의 모든 관계들과 관련 있다. 예수님의 일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 다른 이로부터의 소외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의 샬롬이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 2,14)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2코린 5,17-19)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외를 치유하는 복음의 신비는 “그 신비가 과거의 모든 세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그분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5-6)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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