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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3) 자연으로부터의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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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말하는 인간 소외의 네 번째 측면은 자연으로부터의 소외이다. 즉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인간 자신으로부터의 소외, 다른 이로부터 멀어질 뿐 아니라 땅으로부터도 멀어진다. 죄로 말미암은 창조 질서로부터의 인간 소외는 성경의 기본 주제이다.

에덴 동산에서 하느님은 남자에게 말씀하신다. “네가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은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사는 동안 줄곧 고통 속에서 땅을 부쳐 먹으리라. 땅은 네 앞에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돋게 하고 너는 들의 풀을 먹으리라.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7-19) 여기에서 “땅은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라는 말씀은 하느님이 땅을 저주하시어, 이제 땅은 하느님의 냉대 아래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인간의 죄가 인간과 창조주와의 관계, 인간과 창조 세계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성경의 하느님은 여전히 땅을 돌보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땅은 인간의 죄로부터 세 가지 방식의 고통을 받는다. 첫째, 땅에 대한 인간의 나쁜 취급으로 직접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둘째, 인간 폭력의 결과로 땅은 간접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셋째, 인간에게 맡겨진 청지기로서의 돌봄이 부족하여 땅은 고통을 받는다. 창조 때에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 2,15) 그런데 인간 죄의 결과로 땅은 손상된다. 즉 인간과 창조된 환경 사이의 조화는 깨어진다. 죄 때문에 “주 하느님께서는 그를 에덴 동산에서 내치시어, 그가 생겨 나온 흙을 일구게 하셨다.”(창세 3,23)

구약 성경의 예언자들은 인간의 죄에 의한 땅의 고통을 반복해서 애도한다. 그중 가장 신랄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 자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주님께서 이 땅의 주민들을 고소하신다. 정녕 이 땅에는 진실도 없고 신의도 없으며 하느님을 아는 예지도 없다. 저주와 속임수와 살인 도둑질과 간음이 난무하고 유혈 참극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땅은 통곡하고 온 주민은 생기를 잃어 간다. 들짐승과 하늘의 새들 바다의 물고기들마저 죽어 간다.”(호세 4,1-3) 모세의 율법에서 안식년과 희년법은 땅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떻게 이스라엘이 땅의 청지기 역할을 이행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언급한다. 만일 하느님의 백성이 이 계약을 위반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렇게 땅이 황폐해지고 너희가 원수들의 땅에 있는 동안, 땅은 비로소 제 안식년들을 줄곧 누리게 될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땅은 쉬면서 제 안식년들을 누릴 것이다. 너희 땅은, 너희가 그곳에 살 때 안식년에 쉬지 못한 대신, 이제 황폐해 있는 동안 줄곧 쉬게 될 것이다.”(레위 26,34-35)

이와 같이 인간의 잘못이 땅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피조물이 허무의 지배 아래 든 것은 자의가 아니라 그렇게 하신 분의 뜻이었습니다 …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0-22) 그러나 하느님은 땅을 치유하고 회복하기를 원하신다. 하느님의 백성이 회개하고 그분의 길을 따르면, “내 이름으로 불리는 내 백성이 자신들을 낮추고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돌아서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며 그들의 땅을 회복시켜 주겠다.”(2역대 7,14) 그래서 마침내 “피조물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로마 8,21) 하느님은 복음을 통하여 “예로부터 당신의 거룩한 예언자들의 입을 통하여 말씀하신 대로”, “만물이 복원될 때”를 약속하신다.(사도 3,21)

이와 같이 하느님, 자기 자신, 다른 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소외된 인간은 이 네 차원에서의 화해와 치유를 필요로 한다. 즉 죄와 소외의 생태학은 은총의 생태학(ecology of grace), 구원의 생태학(ecology of salvation)을 필요로 한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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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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