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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6) 샬롬의 생태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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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술된다. 사도 바오로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은 세상을 당신 자신과 화해시키신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2코린 5,19) 하느님의 구원 경륜(economy),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입니다.”(에페 1,10) 예수 그리스도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실 수 있는 권능을 받으셨다.(필리 3,21) 이와 같이 신약 성경에서 그려지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구약 성경의 계시와 연속선상에 있다.

복음의 메시지는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이스라엘과 그 땅이 어떻게 온 인류와 온 땅을 포함하도록 확대되는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 안에서 그들을 위하여 하느님이 행하신 모든 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모든 민족에 대한 축복과 온 창조 세계의 최종적 구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 사이의 연속성(continuity)을 발견한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살지 않으십니다. 또 무엇이 부족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의 손으로 섬김을 받지도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또 한 사람에게서 온 인류를 만드시어 온 땅 위에 살게 하시고, 일정한 절기와 거주지의 경계를 정하셨습니다.”(사도 7,24-26)

신약 성경은 하느님이 인간을 땅으로부터 구출하시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화해(reconciliation)를 그린다.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창조된 만물을,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콜로 1,16),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20)

하느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자기 증여의 사랑(self-giving love)을 통하여 폭력을 뛰어 넘으신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 전체 창조 세계에 대하여 계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샬롬, 곧 평화는 단순히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피조물이 서로 올바른 관계를 가질 때 드러나는 전체 창조 세계의 완전함(wholeness), 조화(harmony), 안녕(well-being)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온 창조 세계를 다시 새롭게 하기”(renewal of all creation)를 시작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창조 세계의 완전함을 회복하는 하느님의 지혜이다.

그분은 전체 창조 세계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여기에서 우리는 창조와 화해 사이, 창조와 새 창조(new creation) 사이의 연속성(continuity)을 발견한다. 신약 성경에서는 하느님의 계획이 내면화하고 보편화된다. 내면화(internalization)는 단순한 영성화(spiritualization)가 아니고, 보편화(universalization)는 단순한 상징화(symbolization)가 아니다. 내면화와 보편화는 구약 성경에서 반복하여 약속된 것이다.

구약 성경에서 약속된 것의 더 충만하고 더 깊은 의미를 우리는 신약 성경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은 종말론적 전망으로 열려 있다. 신약 성경에서 하느님 구원 계획의 절정은 요한 묵시록 21장과 22장에서 서술된다. 거룩한 도성인 새 예루살렘이 하늘로부터 내려온다. 인간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하느님으로서 그들과 함께 계시고”(묵시 21,3) 하느님의 계획은 최종적으로 실현된다. 이 계획은 “민족들을 치료하는”(묵시 22,2) 것이다.

이와 같이 구약과 신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모든 창조 세계에서 샬롬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구원되고 있다. 왜냐하면 온 창조 세계가 샬롬을 누리기까지는 그 누구도 충만한 샬롬을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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