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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8) 정의 없는 종교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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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종살이로부터의 해방 체험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중심 사건이었다. 해방된 이스라엘은 시나이 산 계약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소명, 곧 대안적인 사회적 가능성(alternative social possibility)의 실현을 위한 사명에로 초대받았다.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율법은 대안적 공동체의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은 정의와 평화의 완성이다. 즉 율법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하느님의 백성은 이제 약속의 땅에서 살면서 이집트나 가나안, 그리고 여느 민족들과는 다른 대안적인 사회적 실재(alternative social reality)를 창출하고 유지해야 할 소명을 가진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의 기본적인 비전(vision)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인데, 이것은 하느님과의 계약에 대한 충실성(faithfulness)에 의해 인도되고 활성화된다. 이를 위해서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는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원들에의 접근이 보장되어야 하고 상호 협력을 위한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느님 백성의 이러한 비전은 좌절되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 산에서 율법이 주어지고 약속의 땅이 선사된 중요한 의미를 망각하게 되었다. 특히 이스라엘의 지배 계층들은 아시리아와 같은 제국의 지배 계층처럼 탐욕과 권력욕에 의한 억압과 착취로써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의 실천, 곧 창조 세계의 샬롬과 살림을 위한 시나이 산 계약의 의무를 방기하였다.

이러한 이스라엘 역사의 위기의 순간에 예언자들이 등장하였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비판하였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무엇보다도 대안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경제적 질서를 실현해야할 사명에 불충실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예언자들은 다수의 민중을 희생시키며 부와 권력을 축적하는 이스라엘 지배 엘리트들을 고발하였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 중에서 아모스는 정의의 예언자로 불린다. 그는 기원전 8세기 북 왕국 이스라엘에서 활동하였다. 아모스는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과의 계약을 기억하고 그 계약에로 다시 되돌아가도록 초대하였다. 즉 하느님의 백성이 그들의 뿌리를 상기하도록 촉구하였다. 아모스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이스라엘의 소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트코아라는 작은 시골 촌락에서 “목양업자”(아모 1,1)와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나무를 가꾸는 사람”(아모 7,14)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그는 의심할 바 없이 상호 돌봄(mutual care), 사회 정의(social justice), 경제적 평등(economic equality)과 같은 하느님 백성의 중요한 가치들에 의해 길러졌다. 그래서 아모스는 지배 계층의 불의와 부패에 의해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하느님 백성, 특히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보고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스라엘 초기의 평등주의 경제(egalitarian economics)가 붕괴된 것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아모스는 불의하고 폭력적인 권력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스라엘의 세 가지 죄 때문에, 네 가지 죄 때문에 나는 철회하지 않으리라. 그들이 빚돈을 빌미로 무죄한 이를 팔아넘기고 신 한 켤레를 빌미로 빈곤한 이를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없는 이들의 머리를 흙먼지 속에다 짓밟고 가난한 이들의 살길을 막는다… 제단마다 그 옆에 저당 잡은 옷들을 펴서 드러눕고 벌금으로 사들인 포도주를 저희 하느님의 집에서 마셔 댄다.”(아모 2,6-8)

이스라엘의 불순종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을 강력하게 선포하는 아모스는 마침내 당시의 거대한 종교 체제, 즉 축제, 거룩한 집회, 제물, 노래 등을 비판한다. “나는 너희의 축제들을 싫어한다. 배척한다. 너희의 그 거룩한 집회를 반길 수 없다. 너희가 나에게 번제물과 곡식 제물을 바친다 하여도 받지 않고 살진 짐승들을 바치는 너희의 그 친교 제물도 거들떠보지 않으리라. 너희의 시끄러운 노래를 내 앞에서 집어치워라. 너희의 수금 소리도 나는 듣지 못하겠다.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아모 5,21-24)

이와 같이 아모스는 사회적 불의와 폭력에 눈을 감고 사회적 연대(social solidarity)와 상호 책임성(mutual responsibility)을 망각하는 종교를 고발한다. 여기에 이기심과 탐욕의 또 다른 이름인 위선적이고 개인주의적 종교의 함정이 있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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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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