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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야기] 네비(예언자)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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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은 히브리어로 ‘쉬무엘’이고 ‘그분의 이름은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사무엘은 에프라임 출신 엘카나의 아들로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한 한나의 고통스러운 기도 끝에 태어났다. 너무 간절하여 술에 취한 듯 보인 한나의 애원 같은 기도에서(1사무 1 10-16) 고대 사회에 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어떻게 한 여인의 운명을 좌우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한나는 하느님이 자기를 잊지 않으시고 아들을 허락해 주시면 평생 그를 주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했다(1사무 1 12). 그리고 기다리던 아이를 얻었을 때 하느님께 바쳤으므로 어린 사무엘은 대사제 엘리가 있는 ‘실로’로 보내져 주님을 섬겼다(1사무 2 18-21). 실로는 예루살렘 성전이 봉헌되기 전에 주님의 계약 궤가 모셔져 있던 곳이다.

사무엘의 고향은 ‘라마’다(1사무 2 11). 라마는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성경을 잘 모르는 초보 신자도 사무엘은 들어본 적 있을 정도로 그는 왕정이 시작되기 전의 이스라엘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었다. 모세 미르얌(탈출 15 20) 드보라(판관 4-5장) 이후 첫 예언자이며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으로서 군을 지휘했다(1사무 7 6). 그는 또 선견자였기에(1사무 9 9) 사울을 만나기 전에 그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1사무 9 15-16). 그는 사제의 역할도 맡아 주님께 번제물을 바쳤다(1사무 7 9-10). 사무엘의 명성은 ‘단에서 브에르 세바’까지 전 이스라엘에 알려져 있었다(1사무 3 20).

사무엘은 이스라엘이 판관제에서 왕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체제의 전환은 정치적인 구심점을 만들어 주위 국가들 특히 필리스티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1사무 9 16). 그러나 처음에는 “다른 모든 민족들처럼”(1사무 8 5) 임금을 만들어달라고 청한 백성들의 요구가 사무엘에게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불성실한 모습으로 비추어졌다(1사무 8 7). 게다가 사무엘에게는 이미 판관으로 활동하던 요엘과 아비야라는 아들이 있었다(1사무 8 1-3). 하지만 ‘아버지만한 아들이 없다’는 속담처럼 그들은 부정부패에만 몰두했으며 사무엘은 나이가 들어 이스라엘을 이끌 수 없었으므로 백성들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카리스마적 판관을 필요에 따라 세우는 체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핏줄을 통해 계승자가 정해지는 안정적인 왕정을 채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지금 생각해도 어려운 결정이다. 정치적으로는 한 임금을 중심으로 합심하는 체제가 불가피했겠지만 나중에는 사무엘의 경고처럼(1사무 8 11-18) 왕정에 따라오는 폐해와 부작용이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 사무엘은 사울에게 기름을 부어 첫 국왕으로 세웠다(1사무 10 1). 그러나 어렵게 임금 자리에 오른 사울이 하느님의 눈 밖에 나자 그의 불운에 오랫동안 슬퍼했다(1사무 16 1). 그리고 다시 베들레헴으로 찾아가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다(1사무 16 1-13). 그래서 이스라엘에는 사무엘의 손을 거쳐 두 세대의 임금이 탄생한 셈이다.

사무엘기의 분량은 방대하지만 다윗 옹립 이후 여생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가 ‘라마’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1사무 25 1). 지금도 라마에는 ‘네비 사무엘’이라는 무덤이 있는데 ‘네비’는 예언자를 뜻한다. 사무엘은 유다교와 이슬람교에서 모두 존경하는 예언자이므로 네비 사무엘에는 유다인들의 기도 장소와 아랍인들의 사원이 함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성인·성녀들의 중재를 통해 기도하는 것처럼 유다인과 아랍인들도 사무엘의 무덤에 와서 그의 중재를 구한다.

사무엘기에는 사무엘이 품었던 인간적인 생각이나 번민이 직접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록 속에 암시된 그의 위대함은 때가 되었을 때 자기 야망이나 욕심을 접고 다음 세대에 양보할 줄 알았던 미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다가도 차세대를 위해 물러날 줄 아는 겸손 굳이 내 피붙이가 선택되지 않아도 민족을 위해 크게 보는 안목 그리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줄 알았던 지혜가 두드러진다. 자신의 정치 특권을 새파란 젊은이에게 양보하고도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사무엘은 판관제에서 왕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이스라엘을 받쳐주는 든든한 기둥이었다.

김명숙씨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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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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