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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보테로

행복 나누고 감동 더하는 예술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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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는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Fernando Botero Angulo). 다큐멘터리 영화 ‘보테로’는 현존하는 예술가로서는 가장 고가로 팔린다는 그의 작품세계와 영화의 부제이기도 한 ‘행복을 채우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1932년생인 보테로의 전기 영화인 이 작품은 보테로가 자녀들과 함께 카페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린 보테로는 동네 신동으로 만족하지 않고 고향을 떠나 파리로 가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고군분투한다. 파리의 미술관을 다니며 영감을 얻고 예술의 분위기를 만끽하지만, 생활이 어려워 그림을 팔아 연명했고, 피렌체에서는 겨울에 난방이 안 돼 추위에 떨며 창작에만 몰두했으며, 뉴욕에 도착했을 때는 200달러밖에 없었다는 일화를 듣게 된다.

당시는 힘들었을 기억들을 소환하며 즐겁게 농담하는 모습에서 보테로 가족의 화목하고 긍정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미술 작업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보테로의 미술사적 연구를 위해 젊은 시절 보테로가 습작한 작품들까지 정리하며, 제작 프로모션에도 참여하는 등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런 가족의 건강한 에너지가 고령의 보테로를 여전히 화가, 조각가로서 활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의 초기 작품은 젊었을 때 인상과 같이 진지하고 어두웠는데,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은 후에는 그의 모습도 푸근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작품의 모든 대상물에 부피감이 생기고, 그의 유머러스한 성격과 맥락을 같이하듯 작품의 색은 밝아지고 일상의 즐거움과 풍요로움이 표현된다.

르네상스 미술에 심취해 있던 그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를 비롯해 루벤스, 벨라스케스, 고야, 다빈치 등이다. 특히 미술계 거장들의 고전 작품을 패러디해 ‘뚱뚱한 모나리자’와 같은 그만의 해석으로 독창적인 현대 명작을 탄생시킨다. 밀레를 존경했던 고흐가 밀레 그림을 답습하며 계속 그리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스타일이 나와 결국 고흐 그림이 되었다는 일화와 마찬가지로 보테로도 원작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한 후 그의 독창성을 더해 원작과는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어떤 사조에도 속하지 않은 독자적인 작품들은 시대를 넘어 명성과 인기를 얻게 되는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한 것으로도 그는 행복한 예술가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그가 일궈낸 성공의 결과를 고향 메데인에 기증한 것이다. 콜롬비아에서 마약과 범죄, 폭력조직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며, ‘보테로 미술관’으로 알려진 안티오키아 박물관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물론 세계 유명한 작품들까지 더 사들여 기증한다.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평생 그리며 살았고, 남들에게까지 인정받아 더없이 행복하다”는 보테로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많은 사람이 감동하고 즐거워하길 바라는 이 일이 평생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그가 하느님께 받은 부와 영광을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쓰지 않고 기부하고 나눔으로써 수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실천한 것이다. 그런 보테로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나?’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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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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