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화의 향기] (90) 젊은이의 양지

무한 경쟁에 시들어가는 젊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이른 아침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 한 조각에 심쿵했던 날이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간다. 어린이도 젊은이도, 노인도 그러리라. 이것이 양지일 것이다.

취직 선물로 아버지가 마련해준 양복을 입고 19살 준이 출근을 한다. 사진이 전공이지만 지금은 채권추심 콜센터에서 첫걸음을 시작한다. 준은 없는 사람을 상대로 겁박과 독촉을 해야 하는 현실이 버겁다.

양지는 옥상이었을까? 잠시 숨을 돌리려 올라간 옥상에서, 준은 따스하게 말을 건네는 센터장을 만나고 이곳을 세상을 배우는 ‘인생실습장’으로 바라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불안한 젊은이의 눈에 성공한 어른, 세연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 성공한 어른(?)의 현실은 계약직으로 그 역시 업무실적과 정규직 채용을 빌미로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그의 현실 역시 단단한 지평이 아니라 바늘 끝이다. 이런 현실을 지켜보는 세연의 딸인 취업준비생 미래는 암담하다. 아주 가까이 자신의 미래를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세 사람의 동행이 복선으로 엮인다.

영화는 자본주의 무한경쟁 체계가 가진 합리적인(?) 논리 앞에서 시들어가는 젊은이들의 현실, 순수한 희망이 피어날 수 없는 오늘을 보여준다.

진짜 양지는 어디일까? 젊은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여전히 양지인 그곳은 어디일까?

우리는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을 떠나 밀폐된 건물 속에서 양지를 찾는다. 전기에 의지하여 양지에 머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기는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서 켜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한다. 누구나 조건 없이 누리는 햇살이 아니다. 힘을 가진 이들이 만드는 현실 속에서 조작과 셈으로 이루어진 가짜 현실이다. 영화의 말미에 비로소 깨달은 어른은 조작된 세계를 멈춘다. 그렇다. 잘못된 방향이라면 멈춰서야 한다.

어른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졌다. 젊은이들이 누려야 하는 심쿵한 양지, 젊은이들의 순수와 웃음에 힘을 주는 진짜 양지에 대한 책임감이다.

진짜 양지는 계절이 있어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다. 늘 따스하거나 시원할 수는 없다. 어두운 밤과 환한 낮이 있다. 그러나 그 규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진실하다. 힘이나 돈으로 조작되지 않고 있든 없든 똑같이 누릴 수 있다.

언젠가 ‘공부 못 하는 나라 독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전범국으로서의 자성이 나라 전체 교육을 바꾼 현실을 보았다. 경제 1위인 나라가 아니라 하느님 자녀가 지녀야 할 품위와 피조물로서의 기쁨을 누리는 나라를 꿈꾸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지나왔다.

감독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통해 우리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게 한다. 좋은 영화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11-1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

1요한 5장 14절
우리가 무엇이든지 그분의 뜻에 따라 청하면 그분께서 우리의 청을 들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