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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02) 세 자매

평범한 듯 보이는 세 자매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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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완벽한 척, 안 취한 척, 소심덩어리, 가식덩어리, 골칫덩어리. 영화 소개에 이끌려 영화를 보는 내내 참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다. 배우들의 명연기로 인해 시간차도 없이 바로 그 일상으로 불려 들어가 그녀들의 말, 태도, 감정, 상황들과 맞닥뜨리며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필요한 이유를 보는 듯했다. 거울처럼 우리가 쓰는 기재들을, 안타까운 일상들을 마주 보게 하기 때문이다.

매사에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첫째 희숙은 이래도 저래도 괜찮다며 싫은 소리는 한마디도 안 한다. 하지만 주눅이 들고 소심한 모습이 안쓰럽다. 신심 깊고 다정한 둘째 미연은 성가대 지휘자로, 교수 남편과 남매를 두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예의 있고 정성을 다하지만, 남편도 아이도 기쁘지 않다. 솔직하고 자기중심적인 셋째 미옥은 희곡 작가로 아이가 있는 이혼남과 결혼하여 남편에게 큰소리치며 살고 있지만, 자신을 쓰레기라 말하며 술에 의존하며 산다.

첫째와 셋째의 성향을 합쳐서 나누면 둘째가 될 것 같은데 그 둘째가 행복하지 않다. 누구의 부족함과 불완전함이 무엇으로 채워지거나 덜어내서 완전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행복하거나 완전해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웃음, 승화, 봉사 등 건강한 방어기제도 있지만 아닌 척, 그런 척, 괜찮은 척, 완벽한 척, 용감한 척 세 자매처럼 살아간다. 심리강의 때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함부로 벗기지 말라고 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남은 보이는데 자신은 보이지 않은 내 등의 그림자들.

영화는 이들이 쓰는 방어기제가 가정폭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정리한다. 젊어서 성숙하지 못했던 아빠의 모습이 빚은 상황으로 결부하는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이 한 사람이 가진 기질과 소양과 연계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그래서 사람에겐 그 만의 답이 필요한가 보다. 답은 구체적이겠지만 공통으로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공감이 간다. 아닌 척이 아니라 마음에 대해, 상황에 대해 ‘그렇다’고 인정하라는 것이다. 아프다고, 슬프다고, 안 된다고 말이든 행동이든 하는 것이다. 잘못에 대해 사과도 요구하고.

말씀 한 구절 떠올랐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마태 5,37) 또 하나 세 자매는 서로에게 대등한 성인이 아니었다. 첫째는 주눅이 든 마음에 상대 앞에 자신을 놓을 줄 몰랐다. 둘째는 셋째가 마냥 돌보아야 할 동생이었다. 가족 안에 서열이 필요하지만, 상대를 성인으로 대하는 성숙함은 더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1월 27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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