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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36) 십개월의 미래

임산부가 마주해야 할 시선과 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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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십개월의 미래’는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면서 겪는 여성의 심리적, 외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 여성이 아기를 잉태하는 순간부터 생기는 주변의 시선과 압력, 임신을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고민, 직장에서의 기회 박탈 문제, 결혼이라는 제도를 둘러싼 가부장적인 모습들. 한국 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 준다.

영화를 만든 남궁선 감독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 이야기를 잘게 쪼개어 챕터를 나누고, 위트 넘치는 소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거기에 경쾌한 음악을 입혔다. 무거움을 덜어내기 위한 감독의 고민이 영화에 속도감을 더해 이 영화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영화의 주인공 미래는 29살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알고리즘을 짜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뜻하지 않게 닥친 ‘임신’이란 변수는 프로그램 개발자인 그녀조차도 풀 수 없는 혼동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 영화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대중매체에 등장해온 임산부들은 많았지만, 그들이 주체가 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은 ‘임신’을 다룬 ‘일반적인 성장 서사’가 없다는 데 주목했고,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독의 바람대로 ‘보통의 여성이 겪는 보통의 임신담’을 다루는 이야기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미래에게 선물이라고 준비한 것은, 다름 아닌 앞치마다. 앞치마가 여성들에게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어머니는 앞치마를 미래에게 입혀주고, 미래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앞치마를 입는다. 이 장면에서 임신, 나아가 결혼은 소에게 채워지는 ‘굴레’처럼 여성을 얽어매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있어 임신과 결혼은 정말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굴레 같은 것일까. 감독은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은 처음부터 ‘출산의 여정’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설계했다고 한다. 여성에게 당연시되어온 모성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도 아니고,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임신의 막바지는 미래가 자의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우왕좌왕하면서 시간이 흘러 출산을 하게 되는 것으로 짜여있다. 그래서 그것이 과연 ‘진정한 선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인지, 영화의 막바지쯤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도 귀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가, 주변의 요구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임산부들에게 임신을 짐스럽고 거추장스럽고 두려운 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생명을 가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조차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10월 14일 개봉

서빈 미카엘라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극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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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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