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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37)빵과 포도주의 마르첼리노

순진무구한 아이의 기도와 주님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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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1955년 스페인 작가인 호세마리아 산체스 실바의 원작을 라디슬라오 바즈다 감독이 제작한 ‘빵과 포도주의 마르첼리노’는 흑백영화로 우리나라에는 1958년 수입됐다. TV 방송으로는 여러 번 방영됐고, 만화책(분도출판사)으로도 제작되는 등 반세기가 넘는 동안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 작품이다. 좀처럼 영화관에서 만나기 힘든 고전영화를 올해 가톨릭영화제 클래식 부문에서 상영해,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위해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기회를 마련했다. 당시 칸영화제 특별 아역상을 수상한 파블리토 칼보(마르첼리노 역)의 연기는 압권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마르첼리노의 순수한 매력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스페인의 작은 형제회 수도원에서 전해지는 기적적인 사건을 다뤘다. 지금도 해마다 ‘빵과 포도주의 마르첼리노’를 기념해 마을 사람들이 수도원에 모이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성터에 3명의 프란치스코회 수사가 수도원을 건립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주인공 마르첼리노는 갓난아기 때 수도원 문 앞에 버려져 수사님들이 키우게 되는데, 온갖 사랑을 받으며 개구쟁이로 성장한다. 하지만 6살이 된 마르첼리노는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마르첼리노는 농기구가 보관된 다락방에서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힌 지친 모습의 예수님을 보게 된다. 그 날부터 마르첼리노는 몰래 부엌에서 빵과 포도주를 훔쳐 예수님에게 가져간다. 예수님을 위해 담요도 가져가 덮어드린다. 손을 들어 빵을 건네자 십자가의 예수님 손이 움직이며 내려와 빵을 받으시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다. 현존하는 하느님께서 마음이 깨끗하고 순진무구한 마르첼리노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예수님은 마르첼리노에게 소원이 무엇인지 물으신다. 마르첼리노가 엄마가 보고 싶다며 엄마가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하자, 예수님은 그 소원을 들어주신다. 예수님은 마르첼리노에게 “어머니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분이고 아이들 인생에 빛이 되어 주시는 분”이라고 알려주시는데,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성모 성심에 대해 일깨워 주시는 메시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락방에서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처음 보았을 때 두려움에 놀라는 경외하는 마음, 다시 용기를 내 다가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거기서 내려오시면 안 되나요”하는 연민의 정을 마르첼리노를 통해 느끼게 한다.

예수님이 내려다보는 의자에 누워있는 평화로운 모습의 마르첼리노를 보며 죽음은 더 이상 상실이나 슬픔이 아니라 새 삶으로의 행복한 여정을 위한 관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령 성월을 맞이해 천상에 영혼들의 평화로운 안식을 위해 기도드리며. 우리도 마르첼리노와 같은 모습으로 하늘나라에 가게 되는 은총을 희망해 본다.



제8회 가톨릭영화제 10월 30일~31일 상영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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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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