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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38)필링 스루(Feeling through)

가난한 흑인 청년과 시청각 장애인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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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 스루(Feeling through)’는 올해로 8회를 맞은 가톨릭영화제 개막작이다. 2021년 오스카상 후보군에 올랐고, 유수 영화제와 페스티벌에서 오늘까지 67개의 상을 받았다. 18분의 짧은 영화 한 편이 우리의 마음에 별 하나를 띄운다.

뉴욕의 밤, 한 상점 앞에 서 있던 흑인 청년이 차비를 구걸하여 어딘가로 달려가 또래 친구들을 만난다. 친구들과 놀고 춤도 추지만 배경음악은 비장하기만 하다. 흑인 청년 테릭의 상황이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까.

친구들과 헤어져 돌아가려는 상황에서 테릭은 도움을 요청하는 시청각 장애인 아티를 만난다. 테릭은 그를 버스 정류장까지 안내하지만, 버스는 10분 후에 온다. 아티를 혼자 두고 떠나려니 마음이 편치 않아 차가 올 때까지 곁에 머문다.

어찌 도와야 할지 모르는 테릭과 달리 상황에 익숙한 중년 아저씨 아티는 태평하고 유머러스하다. 노트와 손바닥을 도구로 서로를 알아가며 함께 웃는다. 친구들과 놀면서도 그처럼 웃지 않던 테릭이 크게 웃는다.

눈으로 보고 잘 들을 수 있는 그 멋진 도구로 우리는 쉽게 다른 이를 판단한다. 늦은 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흑인 청소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있다. 아마도 쉽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못 할 것이다. 그저 가난한 청소년일 뿐인데, 우리의 이성은 차가워서 젊은이 안에 담긴 연민도 따스함도 느낄 수 없다.

또 다른 편견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애인은 상황에 함몰되어 우울할 것으로 생각한다. 언젠가 어느 강사가 시각 장애인 단체에 강의를 갔는데 그들이 어찌나 유쾌하고 밝은지 깜짝 놀라서 물었단다. “어떻게 이렇게 밝으세요.” 그들이 “뵈는 것이 없어서요”라며 크게 웃더란다. 자기 한계를 웃음으로 넘기는 큰마음이다.

우리는 상황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지만 바닥을 치고 일어선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살며 보았다. 상황이 우리를 몰아가기도 하지만 성품 덕인지, 성장한 결과인지 긍정적으로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이들도 많다.

가난하고 무언가 잘되지 않는 상황에 절망하던 테릭에게 건네는 아티의 마지막 한 마디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넌 괜찮을거야.” 변장한 예수님 느낌이랄까.

감독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본인의 삶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많은 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순수하고 친절한 이 영화는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 대해 맑은 눈을 갖게 한다.

‘필링 스루(Feeling through)’는 유튜브에서 영어로 볼 수 있다. 영상의 힘일까. 언어가 달라도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국어 자막이 담긴 영화는 11월 마지막 주 수요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 영화 치유 미사에서 볼 수 있다.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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