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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42)피부를 판 남자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전시된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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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벽 사이로 한 사람이 서 있고, 두 사람이 정성스럽게 든 액자를 자리를 걸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연상하게 하지만 좀 더 실제적이고, 체제와 예술을 비틀고 뒤집는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한 남자의 기쁨과 슬픔, 고뇌와 허망함이 커다란 눈동자에 담겨 당황스럽게 몰입시키고, 작은 칸 너머로 보이는 장면과 네모 액자들이 우리의 조각난 시선과 정형화된 틀을 보게 한다.

시리아의 평범한 청년 샘이 체포된다. 전날, 기차 안에서 연인 아비르의 사랑 고백을 듣고 기분이 좋아 외친 혁명과 자유라는 말이 죄라는 것이다. 한 군인의 도움으로 탈출은 하지만 시리아에 머물 수 없었던 그는 레바논으로 넘어간다.

2011년 시리아가 내전에 빠지면서 ISIS 요원들 때문에 시리아 난민조차 테러범으로 몰리며 많은 나라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는 상황에서, 샘은 아비르가 어머니의 강권으로 벨기에인과 결혼해 유럽으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절망과 분노에 빠져있는 샘에게 천재라고 지칭되는 예술인 제프리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주겠다며 그의 등을 사겠다는 제안을 한다. 고뇌도 잠시, 결국 그는 그것이 줄 자유와 사랑하는 아비르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승낙한다.

그의 등엔 VISA와 소인이 찍힌 문신이 새겨지고 그는 작가의 작품으로서 전시되는 모든 곳에 가게 된다. 가난한 난민 지위의 인간이 상품의 형태로 탈바꿈하면서 오히려 인간성과 자유를 되찾았다고 말하는 제프리의 말은 자본주의 실상을 마주하게 한다.

자유를 외치다 자유를 잃어버린 샘은 또 다른 자유를 위해 등을 내주었지만, 고가의 작품이며 상품이 되면서 많은 규정에 메인다, 관객과 말도 섞을 수 없는 처지로 박제되어가는 현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멋지게 춤추며 놀 줄 알던 한 청년을 점차 지쳐 무너뜨려 간다. 갈망하던 자유는 어디로 가고 의무만이 짐처럼 등에 얹혔다.

몇 군데 인용되는 성경의 비유도 당혹스럽다.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을 하찮은(?) 사람을 1100만 유로라는 엄청난 고가로 바꾼 제프리의 능력과 견주고, 성모영보 성화 속 천사와 성모님 사이로 나오는 샘이 경매상들의 거래 대상이 되며, 성모님의 ‘네’로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것처럼 샘의 ‘네’가 인간을 물질화시키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돈이 많은 가치를 대체하고 바꿀 수 있음을 대면시킨다.

가엾게도 인간은 서로를 상품화시키면서 가치 있다는 착각을 한다. 인간은 인간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고귀하다. 이 귀함을 깨뜨리는 체재와 관념들에 감독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21년 12월 16일 개봉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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