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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43)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악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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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2,46)

존 왓츠 감독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톰 홀랜드를 주연으로 한 세 번째 영화이며, 지난 2002년 스파이더맨이 처음으로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만들어진 9번째 스파이더맨 영화이다. 주인공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전작에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자신의 정체를 모두가 잊게 하려다가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다른 차원)가 열리면서 다른 세상에 있던 악당(빌런)이 소환된다.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일렉트로, 샌드맨, 리자드 같은 악당(빌런)을 잡아 원래의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인데, 여기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의 생각이 나뉜다. 마법을 이용해서 이들을 잡아 빨리 돌려보내는 것과 이들을 어떻게 하든 치료를 해서 악당이 아닌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 사이에서 주인공 스파이더맨은 후자의 방법을 선택한다.

스파이더맨의 제안을 받아들여 치료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이도 있지만, 더 큰 힘을 갈구하는 욕망에 끌려 스파이더맨을 배신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며 크게 좌절한다. 자신이 믿었던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지키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생겨나는 복수심 사이에서 스파이더맨은 다시 선택해야만 한다.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 문화를 관통하는 주요한 주제 중 하나이며, 영화 안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악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라는 조금 더 깊은 주제를 다룬다. 악인을 없애거나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악인을 교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한다. 마블의 영웅 중 가장 어린 스파이더맨이 이런 생각을 하고 그 신념을 지켜내려 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 축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기 예수님은 선인이든 악인이든 우리 모두를 어둠에서 빛으로 초대하신다. 우리가 그 초대에 자격을 가지는 것은 지금까지의 삶의 행실이 아니라 지금 그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믿느냐 하는 것이다.

여전히 악이 만연하는 세상 안에서, 악은 교묘하게 우리의 이기심을 부추겨 사랑의 자리에 또 다른 미움과 분열, 상처를 남기게 한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체험으로 말미암아 타인의 선한 변화 가능성에 마음의 문을 닫게 한다.

여기에 아기 예수님의 현존이 자리한다. 우리 인간의 능력이나 욕망에 따르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하느님께서 하시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 내가 보기에 구제불능의 누군가가 그분의 초대에 마음을 열고 응답하고 구원을 체험하게 되리라는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의 대사처럼, 우리는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정성스럽게 맞아들이고, 그 구원의 희망을 모든 사람에게 확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12월 15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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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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