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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44)노웨어 스페셜

시한부 아빠, 아들의 새 부모 찾아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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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서른네 살의 홀아비로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창문 청소부로 일하기 때문에 낮에는 마이클을 지인이나 보모에게 맡기지만, 일이 끝나면 여느 부모처럼 어린 아들을 씻기고 식사를 준비한다. 존은 마이클의 머리를 빗겨주며 이를 잡아주기도 하고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 주기도 한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존은 이 생활이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안다. 그가 시한부 환자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병명은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손이 떨리고 똑바로 걷지 못하는 것을 봐서 점차 몸이 마비되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닌가 싶다. 그 때문에 그에게 남겨진 최대의 난제는 아들 마이클을 대신 맡아 길러줄 새 부모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존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새 부모 찾기를 시작한다.

사회복지사들은 존에게 나중에 존을 추억하게 될 마이클을 위해서 편지나 유품이 될 만한 물건들을 채워 넣은 ‘기억 상자’를 만들어 둘 것을 권한다. 그러나 존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마이클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생각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과 같은 보잘것없는 부모를 기억하는 것은 오히려 마이클을 불행하게 만들 거라 주장한다. 그런 그의 말에서 서글픔이 묻어나오는 것은 부모에게 버려져 위탁 가정에서 자라야 했던 존의 삶이 반영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존은 젊은 사회복지사인 쇼나와 함께 마이클의 새 부모 후보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시한부 환자인 친부모가 미리 양부모들을 면접 보는 형태로 만나서 자기 아들을 맡아줄 집을 직접 고른다는 데에 있다. 존과 마이클은 참으로 다양한 환경과 성격의 부모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는 엄청난 부자도 있고, 이미 입양아를 여럿 키우고 있는 부모도 있고, 심지어 존과 같이 홀몸임에도 마이클을 키우겠다는 여성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존은 그 사람들에게서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우며 성장하게 된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긴 하지만 그도 아직은 성숙한 부모가 되지 못한, 이제 서른네 살밖에 안 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린 마이클도 시체가 된 딱정벌레를 통해서, 그리고 새 부모 인터뷰를 통해서 죽음과 입양이란 것에 대해서 서서히 배워가기 시작한다.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부자의 여정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어쩌면 영화 제목처럼 특별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연출을 맡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2013년 ‘스틸라이프’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네 개 부문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그는 실제 신문기사에 실린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고 이 영화에 착안했다고 한다. 그의 놀라운 스토리텔링과 연출, 그리고 제임스 노튼의 잔잔하고 절제된 감정 연기와 네 살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던 다니엘 라몬트의 연기가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었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시는 하느님의 손길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따스한 힐링이 될 것이다.

2021년 12월 29일 개봉



강언덕 신부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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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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