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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47)드라이브 마이 카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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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환난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 주시어, 우리도 그분에게서 받은 위로로, 온갖 환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십니다.” (2코린 1,4)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제79회 골든글로브 비영어 영화상 등 유수의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했다. 상영시간이 거의 3시간이나 되는 긴 호흡의 느린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연극 연출가 겸 배우인 가후쿠는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을 맞이한다. 2년이 지나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대되어 새로운 연극을 준비하게 되고, 먼 숙소까지 운전해 줄 미사키를 만난다.

과묵하게 운전을 하는 미사키와 아내 오토가 녹음한 대사 연습용 카세트테이프를 듣기 원하는 가후쿠가 처음에는 어떤 대화도 없다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마음속에 숨겨둔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된다.

카후쿠는 아내에 대한 원망과 딸의 죽음 이후 제대로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미안함이, 미사키는 홋카이도에서 폭력적인 엄마와 같이 살다가 갑작스러운 눈사태로 집이 묻히면서 엄마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의식이 자리하는데,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대화가 깊어지면서 상처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도록 서로를 돕게 된다.

영화는 카후쿠와 미사키 두 사람의 이야기 이외에 가후쿠가 준비하는 연극 ‘바냐 아저씨’를 통해 특별한 소통을 드러낸다. 이 연극에는 일본 배우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 아시아의 배우가 오디션에서 뽑혀 자신의 언어로 연기한다. 한국어 수어를 하는 배우까지 출연하여 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습 과정조차 쉽지 않고, 주인공 배우가 중도에 하차하는 상황에 이르지만, 서로의 시선과 몸짓을 통한 교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 삶에는 상처와 아픔이 자리한다. 어떻게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기도나 성사를 통한 특별한 은총 안에서 영적인 치유를 체험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위로받고 싶어 한다.

나를 완전히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나 자신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내 가족이나 친구도 자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상처의 치유는 단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이 된다. 가후쿠와 미사키처럼 처음에는 대화도 제대로 못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가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이제는 자유로워지도록 도울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이 치유는 내가 먼저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상적인 말에 숨겨진 그 마음을 헤아리고, 긍정적인 위로와 용기의 말을 건넬 수 있을 때, 이제 내 말을 들어주고, 내 마음을 알아줄 누군가가 내 옆에 있게 된다.

2021년 12월 23일 개봉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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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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