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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48)전장의 피아니스트

시리아 내전 한복판, 희망을 전하는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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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피아니스트’는 생(生)과 사(死)가 오가는 전장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황폐한 전장에서 희망을 찾아 나선 카림의 여정을 다룬다. 영화는 2011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대통령의 퇴출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극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가 장악한 시리아의 세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폭발음과 사람들의 아우성, 빗발치는 총성과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카림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그는 곧이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고, 그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그의 앞으로 아기를 달래는 엄마가 지나간다. 그리고 카메라는 카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한 명씩 보여준다. 부서진 건물 지하에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IS의 억압에 숨죽이며 살고 있다.

카림은 어머니의 유품인 피아노를 팔아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 그도 한때는 그의 아버지처럼 저항군의 일원이었지만, 싸워도 나아지지 않는 이 상황에 회의를 느끼고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IS가 음악마저 금지해버린 이 나라를 떠나 자유로운 나라에서 마음껏 피아노를 치고 싶은 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다.

얼마 후, IS가 이들의 은신처로 쳐들어와 피아노를 부숴버린다. 처음에 카림은 망가진 피아노를 포기하려 하지만, 함께 사는 소년 자이드의 설득으로 피아노를 고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망가진 피아노를 고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부서진 건반을 고치기 위해서는 같은 브랜드의 피아노 건반이 필요한데, 전시(戰時)에 그런 피아노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겨우 피아노의 행방을 알게 되지만, 피아노는 하필 가장 위험한 람자라는 곳에 있다. 그는 피아노를 고치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피아노는 ‘희망’을 상징한다. 영화의 원제인 ‘부서진 건반(Broken keys)’은 전쟁으로 부서진 시리아, 파괴된 건물과 죽은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피아노에는 부서진 건반뿐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건반들이 있다. 고통스럽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고, 무자비한 IS의 폭력에 숨죽이며 사는 카림과 이웃이 있으며, 싸움을 준비하는 저항군이 있다.

이 영화는 레바논 출신인 지미 케이루즈 감독이 2016년에 만든 단편영화 ‘녹턴 인 블랙’을 장편으로 만든 것이다. 시리아의 옆에 위치한 레바논에서 그들의 내전을 봐 온 그는, 남아 있는 그들에게서 부서진 시리아를 일으킬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본 것 같다. 희망이 있는 한, 전쟁이라는 절망 속에서도 빛은 비친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음악을 맡았던 가브리엘 야레의 음악이 그 빛을 더 환히 밝혀준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5)



서빈 미카엘라(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극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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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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