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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78) 선교사로 산다는 것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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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도회에서는 여러 나라에 선교사를 파견했고 얼마 전에는 어느 나라 주교님의 요청으로 새롭게 선교사 형제들을 파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후배 신부님이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하루는 영어가 서투는 어느 부부가 찾아와서 몸 짓 손 짓 발 짓을 하면서 면담을 한 적이 있답니다. 면담 내용은 아들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걱정이기에 혹시 신부님이 아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아들은 담배를 끊지 않을까해서 찾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 신부님은 부모에게 위로를 드린 후 부모와 아들이 시간이 될 때 아들을 선교사 건물로 데리고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 즈음 되자 선교사 숙소로 부모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왔더랍니다. 그런데 담배 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그 부부가 데려온 아들의 나이가 이제 겨우 다섯 살이었답니다. 처음에 부모가 아들의 담배 문제를 가지고 면담할 때 신부님 생각으로는 한국에서처럼 아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다섯 살이라니! 아이의 부모 얼굴에는 진지함과 간절함이 베여있었고 신부님께서 자신의 아들에게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더랍니다.
신부님은 담배 문제로 골칫덩어리가 된 다섯 살 난 아들을 보는데 ‘아 담배. 다섯 살. 면담!’ 이 단어가 머릿속으로 맴돌았답니다. 그런데 난감한 것은 아이는 영어를 못했고 신부님은 선교사로 파견 간지 이제 두 달이 되었기에 제대로 소통이 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심호흡을 한 후 아이를 데리고 응접실로 가서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낸 후에 그것이 건강에 정말 안 좋다는 것을 온몸을 다 해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연기했답니다.
놀라운 것은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가 뭔가를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랍니다. 그런 다음 신부님은 부모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경당으로 가서 성체 앞에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다섯 살 난 아이의 금연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드렸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도드린 후 아이에게 축복을 한 후 부모와 자녀를 보낸 후 방으로 돌아왔는데 어찌나 긴장했는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기운이 쑤-욱 빠졌답니다.
선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특히 해외에서 선교사로 살아갈 경우 근본적으로 언어 문화 습관 등이 다른 상황에서 ‘하느님의 깊고 크신 사랑’을 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려움조차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으로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기쁘게 수용하며 살아가는 노력은 나름 영적 내공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생길 때조차 그냥 웃음으로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경우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 선교사 신부님의 생생한 실화를 전해 들으며 행복한 웃음과 함께 그 신부님이 지금처럼 좋은 선교사의 삶을 잘 살아가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왜 사냐건 웃지요”하며 말하던 어느 시인의 말이 절실히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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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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