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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30) 7세기 ① - 요한 클리마쿠스의 영성

천국으로 향하는 30단계의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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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클리마쿠스는 사다리 비유를 통해 인간 영혼과 육신이 어떻게 하느님께 오를 수 있는지 묘사했다.

▲ 7세기 이슬람 제국 세력 확장도. 많은 그리스도교 지역이 정복당하며 그리스도인들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시나이 산 동굴에서 은수 생활 실천

7세기 이슬람 제국이 정복 전쟁을 벌일 즈음에 동방 교회에서 활동했던 대표적인 마지막 인물로 시나이 반도에서 은수 생활을 실천했던 요한 클리마쿠스(Ioannes Climacus, 575?~650)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시나이 반도에서 4세기경 이미 수도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 6세기 중엽에 시나이 산 입구에 세워진 ‘성녀 카타리나 수도원’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합니다.

요한 클리마쿠스가 어느 지역 출신이고, 유년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6세기 후반 이후 16세 가량 되었을 때 요한 클리마쿠스는 이미 어느 정도 학식을 갖춘 상태에서 시나이 산 수도원 수도자의 지도 아래 수도 생활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동안 함께 수도 생활을 실천했던 스승이 죽자, 요한 클리마쿠스는 시나이 산 근처 동굴로 들어가 40년가량 은수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이 기간에 요한 클리마쿠스는 한동안 영적 태만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성령께서 이끄시는 깊은 기도 생활도 함께 체험했습니다. 결국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여러 사람들이 영적 지도를 받고자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요한 클리마쿠스는 고령의 나이에 수도원 원장으로 선출되어 몇 년 동안 수도원장 직분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원장 시절에 요한 클리마쿠스는 저서 「천국의 사다리」(Scala Paradisi)를 남겼습니다. 사다리 비유는 야곱이 베텔에서 땅에서 하늘까지 닿아 있는 층계를 하느님의 천사가 오르내리는 것을 본 꿈에서 유래했습니다.(창세 28,12. 참조) 요한 클리마쿠스는 사다리 비유를 통해 인간 영혼과 육신이 어떻게 하느님께 오를 수 있는지 묘사했습니다. 요한 클리마쿠스는 노년에 더 이상 원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다른 수도자에게 원장직을 넘기고 다시 동굴로 돌아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은수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악습을 끊는 수덕 생활 실천으로 신비 생활로 나감

수도자들을 위해 저술한 「천국의 사다리」에서 요한 클리마쿠스는 인간이 하느님께 다다르기 위해 올라야 하는 영적 발전의 단계를 30단계로 제시했습니다. 30단계는 다시 세상과 결별, 수덕 생활, 그리고 신비 생활이란 세 가지 군으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군인 수덕 생활은 또다시 기본 덕행, 악습을 끊음, 그리고 덕행 증진이란 세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요한 클리마쿠스는 먼저 첫 번째 군인 1~3단계에서 불신앙 혹은 이단적인 신앙과 올바른 믿음, 절망과 희망, 애착과 사랑을 대비시키며 신망애 삼덕으로 어떻게 세상과 결별하는지 가르쳤습니다. 즉, 수도자가 되는 동기도 장차 올 왕국, 많은 죄,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 등 세 가지 때문이고, 수도 생활도 공동 생활, 은수 생활, 그리고 영적 사부와 소수 인원이 함께하는 생활 등 세 유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세상과 결별하기 위해서 세상과 사람과 가족에 대한 걱정, 이기심, 그리고 허영심 등 세 가지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군에서 기본 덕행은 순종, 참회, 죽음에 대한 기억, 그리고 비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수덕 생활에서 끊어야 할 악습은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되었습니다. 즉, 첫 번째 비물질적인 개념으로 감정에서 분출되는 악습은 분노에서 출발해 원한, 악의, 악담, 위선을 거쳐 아케디아(영적 태만)에 도달합니다. 두 번째 물질적인 개념으로 욕구에서 분출되는 악습은 탐식, 음욕, 탐욕 등입니다. 세 번째 다시 비물질적인 개념으로 이성에서 분출되는 악습은 무감각, 두려움, 헛된 영광, 교만 등입니다. 요한 클리마쿠스는 끊어야 할 악습이 중요하다고 여겼는지 이 주제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수덕 생활을 통해 증진시켜 완성해야 할 덕행은 온유와 단순성과 정직 및 겸손, 그리고 식별 등입니다. 결국 4~26단계는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수덕 생활 실천 단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군은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신비 생활인 관상적인 삶을 제시했습니다. 27~29단계에서 헤시키아(정적), 기도, 아파테이아(무정념)의 생활이 언급된 후, 최종 단계인 30단계에서 믿음, 희망, 사랑의 초자연적 신학덕이 제시되었습니다.



‘기도-신비체험’과 헤시카즘의 기초가 됨

요한 클리마쿠스가 언급한 악습 목록들은 이전에 에바그리우스나 요한 카시아누스가 언급한 여덟 가지 악습 목록과 개수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노라는 장애물이 인간을 영적 태만으로 이끈다든지, 탐식, 음욕, 탐욕이 육신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장애물이라든지, 최종적으로 헛된 영광과 교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에바그리우스의 악습 목록이 제시한 강조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요한 클리마쿠스가 이러한 악습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아파테이아(무정념)를 언급한 것도 에바그리우스와 유사했습니다.

한편 요한 클리마쿠스가 관상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언급한 헤시키아(Hesychia)는 중세 중후반에 동방 정교회에서 고요함 속에서 호흡에 맞추어 실천하는 기도 생활 전통 확립에 영향을 주었으며, 현대 서방 교회도 헤시카즘(Hesychasm)이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결국 요한 클리마쿠스의 가르침은 중세 중반에 서방 교회 수도 생활 발전에도 기여했으며, 고대부터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했던 수도 생활을 통한 ‘기도-신비체험’의 과정을 체계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렇게 동방의 수도자들이 수도 생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7세기 후반에 이집트를 비롯한 사막의 은수자들은 이슬람 제국의 침략을 피해 그리스 반도 에게 해에 접한 아토스 산으로 피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후 동방 수도 생활 전통은 아토스 산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중세에 서방 교회 수도 생활 발전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7세기에 그리스도교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동로마 비잔틴 제국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전쟁을 벌였던 페르시아 제국이 651년 이슬람 제국에 의해 멸망했습니다. 무함마드(Muhammad, 570/80~632)가 창시한 이슬람교는 메디나에 정착했던 622년을 이슬람교 원년으로 선포하고 아라비아 반도에 급속도로 세력을 펼치며 이슬람 제국 건설에 기여했습니다. 632년 무함마드가 죽자, 뒤를 이은 지도자들은 불과 30여 년 사이에 인근 그리스도교 지역인 이집트, 팔레스티나, 시리아 등을 정복하면서 비잔틴 제국과 국경을 마주했습니다. 따라서 이슬람 제국이 정복한 지역에 살던 그리스도인은 고향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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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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