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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2. 사제 생활에 지쳐갑니다 <상>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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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저는 사제품을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보좌신부입니다. 저의 사제 수품 성구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이었습니다. 신학교 마당 한곳에 세워진 라틴어 문구(omnibus omnia)가 제 마음에 쏙 들어서 선택하였고, 본당 발령을 받은 직후부터 제 신념을 따라서 최선을 다하여 일하였습니다. 저를 찾는 교우분들은 누구나 만나고, 밤에 걸려오는 전화도 다 받으면서 사제로서 모든 것을 바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점차 피곤하고 짜증이 올라옵니다. 잠을 설치는 것도 힘들지만 제 생활 리듬을 찾기도 어렵고 별 의미 없는 모임에 불려다니는 것도 힘이 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가 지쳐가면서 교우분들로부터 처음과는 달리 게을러졌다는 뒷말을 들으면서 저 자신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지경입니다. 제가 사제 생활에 대한 소명감이 부족해서일까요?



답 :
신부님의 문제는 소명감 부족도, 믿음이 부족해서도, 게을러서도 아닌 체력 고갈에서 오는 현상일 뿐입니다. 사람은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몸을 보아도 젊은 시절에는 체력이 넘치지만, 나이 들면서 젊은 시절 같은 체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이 들면서 점차로 일을 줄이고 운동량도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의 에너지도 한계량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정신적ㆍ육체적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게 자신을 조절하면서 살라고 조언을 하였습니다. 동양의 중용 철학이 이를 방증합니다. 그런데 젊은 시절에는 이런 말들이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힘을 믿기에 몸이나 정신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였을 경우 자신을 질책하는 것을 젊은이의 패기라고 생각하기조차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몰아세우는 삶은 그리 오래가질 못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친 나머지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몰골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열정과 현실은 다릅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열정은 그 결과가 참담할 뿐입니다. 신부님도 아시는 이솝우화 중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화에서는 중간에 잠을 잔 토끼가 쉬지 않고 경기에 임한 거북이에게 졌다는 내용인데 그 다음 이야기는 쉬지 않고 경기를 치른 거북이가 집에 돌아가서 심장마비로 죽었고 토끼는 그 후에도 오래오래 살았다는 것입니다.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뒷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사제직을 수행하는 데 지치게 하는 요소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목자들을 지치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모든 신자들이 각기 사목자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어떤 분들은 늘 기도하는 사제를, 어떤 분들은 늘 어울려주는 사목자를 하는 식으로 한사람에게 여러 가지 바람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바람을 다 채워주는 것이 사목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사목자도 사람인지라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고자 여러 가지 요구를 전부 수용하고자 하면 지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신부님이 지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해결을 못 하는 이유는 신부님을 비난하는 분들의 심리적 문제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신부님 자신이 가진 문제를 모를 때 심리적 부작용이 악화되기에 신부님을 지치게 하는 내ㆍ외적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자신을 질책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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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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