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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2>제2장 말씀의 빛 안에서 ①

가정의 본질은 사랑이며 그 결실은 하느님 창조 볼 수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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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본질은 사랑이며 그 결실은 하느님 창조 볼 수 있는 모습




「사랑의 기쁨」 제1장(8~30항)은 ‘말씀의 빛 안에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에서 제목 그대로 ‘성경 말씀에 비추어서’ 혼인과 가정의 본질과 특징을 고찰한다. 혼인과 가정에 관한 성경 말씀은 그냥 거룩한 말씀이 아니다. 성경에는 가정에 관한 이야기들, 탄생과 사랑 이야기들, 가정의 위기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 이야기들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마치 우리네 가정들처럼.

그런데 모든 가정의 이야기들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슬기로운 사람이 반석 위에 지은 집과 어리석은 사람이 모래 위에 지은 집이다(마태 7,24-27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비유가 “가족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행동이 빚어낸 가정들의 상황”(8항)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의 비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번쯤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우리 집, 우리 가정은 반석 위에 지은 ‘든든한 집’인가 아니면 모래 위에 지은 ‘부실한 집’인가 하는 것이다. 든든한 집이라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강물이 밀려들어도, 곧 온갖 어려움이 닥쳐도 붕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실한 집이라면 조금만 비바람이 불고 강물이 밀려오면 금방 무너지고 말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그 반석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물음들과 관련,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편 182장 1-6절에 나오는 한 가정의 풍경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8항). 독자들은 꼭 이 시편 구절을 한번 정독해 보시길 바란다.

집은 기초를 놓고 짓듯이 가정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출발한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몸이 된다”(창세 2,24). 둘이 결합해 한 몸을 이루는 이 한 쌍의 남녀는 어떤 존재인가? 교황은 창세기 첫 장의 말씀으로 이를 설명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프란치스코 교황은 창세기 이 구절에서 하느님의 모습이 ‘남자와 여자’라는 쌍을 가리키고 있음을 주목한다(10항). 남자와 여자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됐다고 해서 하느님이 남성과 여성을 다 가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느님은 남성 여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초월적인 분이시기 때문이다. 이런 친절한 설명과 함께 교황은 핵심을 건드린다. “하느님의 초월은 보존되지만, 하느님께서 창조주이신 만큼, 한 쌍의 인간이 이루는 결실(자녀)은 하느님의 창조적 행위의 효과적인 ‘모습’, 즉 볼 수 있는 표징”이라는 것이다(10항).

그래서 교황은 이렇게 밝힌다. “부부의 결실을 맺는 관계는 하느님 자신의 신비를 이해하고 묘사하기 위한 ‘모습’이 됩니다. 삼위일체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시각에서, 하느님은 아버지와 아들과 사랑의 영으로 관조되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사랑의 친교이고, 가정은 그 생생한 반영입니다”(11항). 가정은 그래서 하느님의 존재 자체와 무관하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서 선대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직 초기인 1979년 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에 참석하러 멕시코 푸에블라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행한 미사 강론 말씀을 인용한다. “당신의 가장 깊은 신비에 있어서 우리의 하느님은 고독이 아니라 하나의 가정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안에 아버지 됨과 아들 됨 그리고 가정의 본질인 사랑을 지니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신적 가정에서, 그 사랑은 성령입니다”(11항).



여기에서 우리 가정의 현실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성찰할 수 있다. 우리 가정은 반석 위의 가정인가 아니면 모래 위의 가정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부부는 하느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가? 우리 부부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듯이 서로 그렇게 대하는가? 우리 가정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누리시는 사랑의 친교를 반영하고 있는가?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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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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