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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29. 유아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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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째 주 토요일, 8명의 아이가 성당에 모였다. 가장 어린 지성이부터 5, 6살 되는 어린이까지. 이 추운 겨울날,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성당에 온 아이는 없었다. 모두 부모 품에 안겨서 왔다.

아이들 부모와 대부모들은 신부님에게 아이들의 세례를 청했고, 아이들 대신 신앙 고백을 했다. 신부님은 아이들이 신앙 고백을 할 수 없기에 부모와 대부모의 신앙을 보고 자녀에게 세례를 베풀어주는 것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그렇게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세례식은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는 성당 바닥에 드러누워 두 발을 휘젓고 생떼를 부리고 난리가 났다. 엄마 아빠는 애들을 번쩍 들어다 자리에 앉혀놓기를 반복했다.

‘프란치스코’라고 적힌 명찰을 가슴에 단 지성이는 제법 얌전하게 세례식에 임했다. 제대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신부님을 한번 보고, 옆에서 떠드는 형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런데 옆에 있던 형이 울기 시작하자, 지성이도 소리 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따라 울려고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청소년 사목을 하는 어느 신부님이 유아 세례를 주지 않는 부모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이가 크고 나서 스스로 종교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부모들에게 한 따끔한 충고였다. 그렇다면 예방 접종도 미리 하지 말고, 아이가 성장한 후에 물어보고 맞혀야 하지 않느냐는 그런 이야기였다.

유아 세례를 주지 않는 젊은 부모들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아기에게 세례를 받게 하는 부모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유아 세례를 통해 지성이가 하느님을 알아보는 지혜로운 눈을 선물 받았다고 믿는다.

지성이의 유아 세례는 하느님의 선물로 받은 자녀를 하느님 뜻대로 하느님 안에서 기르겠다는 굳은 약속이다.

중학교 시절, 내 교복 주머니 속에는 항상 1단 묵주가 있었다. 밤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하고 등교하는 길, 친구와 다투어 마음이 속상했던 날, 주머니 속 묵주를 굴리며 기도하면 하느님은 금방 내 친구가 되어 주셨다. 외롭지 않았고, 슬프지 않았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내가 지성이에게 해줄 수 있는 소중한 건 고액의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일도, 비싼 옷을 사 입히는 것도 아니다. 영원한 친구인 그분의 사랑을 알게 하는 것이다.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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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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