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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레지오 마리애 주회 훈화 모아 '영혼을 위한 본전 장사' 펴낸 박춘대씨

"하느님 말씀 전하는 작은 도구 됐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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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오 마리애 주회 때 훈화는 대개 영적 담당 사제인 본당 주임신부 몫이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주임신부가 자리에 없다면 훈화는 단장 몫이다.

 수원교구 죽전본당(주임 한영기 신부) `사랑의 샘` 쁘레시디움 박춘대(로베르토, 66)씨는 2000년부터 6년 간 단장을 맡았을 때 사제가 훈화를 해준 `역사`가 없다. 그가 직접 매주 단원들에게 들려줄 훈화를 찾아 발표한 덕택이다.

 박씨가 지금껏 모아온 훈화들이 「영혼을 위한 본전 장사」(성바오로)라는 제목을 달고 빛을 보게 됐다. 왕년에 바다를 지키는 해군으로서 글 한 번 써본 적이 없던 나이든 쁘레시디움 단장이 훈화집을 낸 것이다.

 그는 스스로도 "47년간 신앙생활 중 최근 7년을 빼고는 성당만 왔다갔다하는 말 그대로 `발바닥 신자`였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해군사관생도 시절인 1961년, 종교가 없는 생도는 생활실(내무반) 청소를 도맡아야 했습니다. 청소하기 싫어서 찾아간 곳이 성당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시작한 신앙생활이었기에 처음부터 만족하지는 못했다. 같은 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됐지만 믿음은 그리 크게 자랄 수 없었다. 해군 장교라는 직업 특성상 한 번 바다에 나가면 몇 개월씩 땅을 밟아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그는 2000년 대희년에 해외 성지순례를 갔다온 것을 계기로 인생과 신앙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프랑스 등지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루르드를 다녀온 뒤 오십견이 낫는 `작은 기적`을 체험했죠. 몇 년간 정형외과를 다녀도 낫지 않던 병이 여행 뒤에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루르드의 작은 기적 이후에도 기적(?)은 계속됐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본당에 돌아와보니 사랑의 샘 쁘레시디움 단장 자리가 비었던 것이다. 단원들 권유에 못이기는 척, 단장 자리를 수락했다. 그 뒤 그는 매주 단원들에게 들려줄 훈화를 준비하며 신앙생활에 가속도를 붙였다.

 "처음에 단원들은 `몇 번 하다 말겠지`하며 시큰둥 했습니다. 그런데 1년, 2년이 지나도 계속되니 제 훈화에 단원들 모두가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다가 한 단원의 권유로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기적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그가 쓴 「영혼을 위한…」는 딱딱한 훈화집이 아니다. 게다가 한 주제가 대부분 두 쪽을 넘지 않는다. 한영기 주임신부는 "글의 내용이 하나하나 따뜻하고 감동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책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인세를 받지 않을 계획이다. 인세가 나오더라도 전액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평단원으로서 성당 일이라면 무엇이든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다. 글 쓰기도 쉬지 않는다.

 "그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작은 도구가 됐을 뿐입니다.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고자 합니다.(1테살 5,16) 그러면 바로 이곳이 천국이기 때문이죠."

이힘 기자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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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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