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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자와의 대화] 최근 십자가 성 요한 4권 번역 마무리한 방효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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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효익 신부가 자신이 번역한 책을 가리키며 하느님과 인간의 영혼 사이에 오가는 거룩한 사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 옆에 있는 것은 스페인의 한 사제에게서 얻은 십자가 성 요한의 유해 현시대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끊어버리고 뛰쳐나와`, `신앙에 내어 맡기고`, 마침내 `하느님 사랑 안에서 변화하고 일치에 이른다`.

 십자가 성 요한(1542~1591)은 이같은 영적 여정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고 일치의 정상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길을 가르쳤다. 「어둔밤」과 「가르멜의 산길」, 「영혼의 노래」, 「사랑의 산 불꽃」을 통해서였다.

 십자가 성 요한의 책은 그러나 오랫동안 교회에 그 신비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내용 대부분이 시화(詩化)된 산문에 `상징`으로 숨겨져 `입을 다문(Mystica)` 신학, 즉 신비신학의 꽃으로 교회에 전승됐기 때문이다.

 방효익(수원가톨릭대 교수 겸 송전본당 주임) 신부는 스페인 유학 중에 신비신학의 진수를 만났다. 부르고스신학대학 석사 논문으로 `사제 영성`을 내고 석사과정을 마치면서였다. 그렇지만 신비신학을 공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컸다.

 그런데 운이 따랐다. 때마침 아빌라 가르멜영성연구소가 교구사제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방 신부는 주저하지 않고 박사과정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부르고스신학대학 측 동의 아래 이 연구소를 선택했다. 가르멜회 교수신부의 적극적 도움으로 교구사제로 첫 입학생이 될 수 있었다.

 이후 1986~92년 만 5년 6개월에 걸친 유학생활, 94년 8월부터 1년간 안식년을 이용해 스페인 살라망카에서 이뤄진 연구 등을 통해 십자가 성 요한에 빠졌다. 그렇게 23년 세월이 흘러 최근 그 결실을 거뒀다.

 2005년 「어둔밤」과 「가르멜의 산길」을 우리말로 옮겼고, 2007년 「사랑의 산 불꽃」을 번역한 데 이어 최근 「영가」를 번역함으로써 십자가 성 요한 저작 4권을 모두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유학 초 성당에서 미사 전후로 드렸던 기도에서 스페인어를 잘 익히게 해주시면 언젠가 성인 저작을 번역하겠다고 십자가 성 요한과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에게 청했던 기도가 이제서야 이뤄진 셈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기까지 책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번역했습니다. 한 줄 번역하기 위해 사흘을 고민하기도 했고, 앞 뒤 문맥을 이해하기 위해 신비신학 공부에 몰두하기도 했지요. 십자가 성 요한 저작 번역에 앞서 준비단계로 「영성사」와 「영혼의 입맞춤」, 「날개 하나로는 날 수 없다」, 「관상과 사적계시」 등을 집필하기도 했어요. 순수 번역 기간으로만 보자면, 13년이 걸렸어요. 신비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난 뒤에야 십자가 요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비스런 사랑(el amor mistico)의 박사` 십자가 성 요한의 이 위대한 영적 여정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궁금했다.

 방 신부는 우선 관상기도를 통해 하느님 신비 체험의 과정을 설명해주는 영성생활의 고전 「어둔밤」 Ⅰ권을 두 차례에 걸쳐 천천히, 주의 깊게 읽을 것을 권한다. `어둔 밤`이 열쇳말이기 때문이다.

 「어둔밤」 Ⅰ권에 나오는 칠죄종(七罪宗)에 관한 가르침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수 있다면 사랑으로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한 여정인 `어둔 밤`에 이미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기도를 하고 싶다면 「가르멜의 산길」 Ⅰ권을 읽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십자가의 성 요한은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체험하는 모든 것들, 즉 분심과 신비스런 체험까지 모두 버릴 수 있을 때(능동적 정화가 이루어질 때) 수동적 정화의 과정인 관상기도의 상태로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심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가르멜의 산길」 Ⅱ권 12~14장과 「어둔밤」 Ⅰ권 9장에서 설명한다.

 이어 「어둔밤」 Ⅰ권 8장~Ⅱ권 을 읽을 것을 권한다. 여기에서 정화된 영혼이 영적 약혼과 영적 혼인이라는 상징으로 표현되는 하느님과의 일치를 체험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사랑의 산 불꽃」에서 더욱 자세하게 설명한다. 하느님 이외에 모든 것을 포기한 영혼이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맡겼을 때 영혼이 체험하는 종말론적 행복의 전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영가」이다.

 그러나 「영가」를 잘 이해하고 실천으로 옮기기 원한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먼저 「가르멜의 산길」 Ⅰ권과 「어둔밤」 Ⅰ권 1~7장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방 신부는 십자가 성 요한을 가리켜 `기도의 스승`이라고 지칭한다. 오리게네스를 시작으로 니사의 그레고리오,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고스, 에리우게나, 베르나르도 카르투시오회 「무지의 구름」의 저자로 이어지는 어둠의 신비신학을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함께 꽃피웠기 때문이다. 특히 기도를 통해 자기 체험 안에서 하느님이 누구신지 체험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신비신학은 십자가 성 요한에 와서 우리와 예수가 사랑의 짝이라는 혼인적 신비신학으로 완성된다고 한다.

 이어 방 신부는 "십자가 요한의 저작은 400여 년 전에 쓰였기에 시대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오늘 한국교회에 너무도 절실한 영적 가르침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특히 "열심하다고 하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신앙에 대한 잘못된 이해,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엉터리 신비체험에 매달리는 나머지 치닫게 되는 잘못된 신심행위로 겪는 아픔을 극복하는데 이 책들은 훌륭한 수행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방 신부는 용인시 이동면 신자들을 위해 3년째 매달 격주(둘째, 넷째 수요일 오후 2시)로 송전성당에서 십자가 요한 저작을 직접 해설하고 있다. `사제의 해`에 맞춰 「사제가 된다는 것」(수원가톨릭대학출판부)을 출판한 방 신부는 많은 사제들이 십자가 성 요한의 작품들을 통해 하느님 일이 아닌 것을 포기하고 하느님께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기대감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송전성당을 뒤로하고 상경하는 길에 방 신부 말이 떠올랐다.

   "본당 일, 그리고 하느님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 외에는 다 포기합니다. 그게 제가 사제로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1000세트 한정판. 문의 : 02-762-1194~5.(기쁜소식/전 4권 1세트 5만 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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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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