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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가」 번역 출간한 방효익 신부

하느님과의 일치를 경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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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효익 신부
 

방효익 신부(수원교구 송전본당 주임 겸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의 저작 4권에 대한 번역을 마무리했다. 지난 2005년 「어둔밤」과 「가르멜의 산길」을, 2007년 「사랑의 산 불꽃」을 번역한 데 이어 최근 「영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기쁜소식 출판사는 방 신부의 이번 결실을 1000세트 한정판(기쁜소식/전 4권/5만원)으로 출간했다.

7월 7일 용인시 송전성당 사제관에서 만난 방 신부는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며 “꼭 해내고 싶었던, 그리고 꼭 해내야 했던 일을 무사히 마치게 돼 스스로 자랑스럽고 기쁘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방 신부가 십자가의 성 요한과 신비신학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스페인 유학 시절부터다. 1986년부터 5년 여에 걸친 유학생활, 그리고 94년부터 1년간 안식년을 이용해 스페인 살라망카에서 십자가의 성 요한 연구에 매진했다. 이번 대작(大作)을 완성하기까지는 무려 23년의 세월이 투자된 셈이다.

“스페인 유학 초기였습니다. 어느 날 미사를 드리며 ‘스페인어를 빨리 배울 수 있게 해주시면 언젠가 당신들의 저작을 번역 하겠습니다’라고 십자가의 성 요한과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께 기도를 청했습니다. 이제야 성인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외국어 원문에 대한 번역은 한계가 있는 법. 우리말로 뜻을 고쳐 옮길 수는 있지만, 그 가치까지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방 신부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단 한 줄을 번역하기 위해 사흘 밤낮을 고민했고, 앞뒤 문맥을 이해하기 위해 신비신학과 관련된 책을 수도 없이 뒤적거려야 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기까지 책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침내 신비신학을 제대로 이해할 때 즈음, ‘신비스런 사랑의 박사’(el amor mistico) 십자가의 성 요한께서 제 마음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방 신부에 따르면, 이 저작을 통해 ‘위대한 영적 여정’을 맛보는 길에는 순서가 있다. 우선 관상기도를 통해 하느님 신비 체험의 과정을 설명해주는 「어둔밤」 Ⅰ권의 1~7장을 천천히 읽는다. 여기서 다루는 칠죄종(七罪宗)에 관한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랑으로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한 여정에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다음으로는 「가르멜의 산길」 Ⅰ권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한 뒤, 「어둔밤」 Ⅰ권 8장~Ⅱ권으로 들어간다. 이어 「가르멜의 산길」 Ⅱ권과 Ⅲ권을 통해 십자가의 성 요한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들을 읽고 새긴다.

특히 「어둔밤」 Ⅰ권 9장과 「가르멜의 산길」 Ⅱ권 13~14장은 저작의 백미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이 부분에서 인간이 묵상기도를 하며 마음의 정화를 이뤄낼 때, 관상기도의 상태로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심을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가」는 하느님만을 따르는 인간의 영혼이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행복에 이르는 길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러나 「영가」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가르멜의 산길」과 「어둔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은 「사랑의 산 불꽃」으로 맺는다. 여기서는 정화된 영혼이 하느님과의 일치를 체험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영적 혼인’에 대해 다룬다. 바로 ‘신비신학’이 완성되는 부분이다.

방 신부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저작들은 실제로 16세기에 쓰여 시대적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오늘날 한국 교회에 도움이 될 만한 영적 가르침의 보화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 한국 교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기만족에 빠진 신앙이나 잘못된 ‘계시신앙’, 그리고 이에 따른 엉터리 신비체험과 신심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데 이 책에서 전하는 가르침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숨 가빴던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방 신부는 여전히 바쁘다. 송전본당 주임신부이자 수원가톨릭대 교수로서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에는 ‘예수의 테레사’(1515~1582)의 영성을 소개하는 입문서 집필에 들어갔다. 지난 2006년부터 수원교구 신자들을 위해 매달 격주 수요일 송전성당에서 ‘십자가의 성 요한’을 주제로 펼치는 강의도 거르지 않는다.

방 신부는 “때로는 시간에 쫓기며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사제로서 하느님께 한 걸음씩 나아가며 하느님을 위해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집필 활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구입 문의 02-762-1194~5 기쁜소식

 
곽승한 기자
( paulo@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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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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