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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흔들리는 복지정책, 현장에서 답 찾기를

홍진 클라라(사회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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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지표(QOL, Quality of life)라는 건 어느 한 국가 국민의 삶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평가 기준을 말한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들에 기반을 두어 객관적인 생활 조건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주관적 인지와 평가를 측정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최근 삶의 질 평가에서 지난 30년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경제적으로 안정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성숙할수록 비물질적 가치에 관심이 높아지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30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같이 ‘경제적 안정’이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건 주목되는 대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40개 국 중 30위를 기록하였는데, 삶의 질 지표 순위를 끌어내린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실질 소득 감소에 따른 불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현대인의 불안은 경기 침체와 불평등 등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들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가나 정부가 개인의 불안을 해결해 주는 상황이 못 되는 데다 사회적 연대마저 기대하기 어려울 때,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 상태는 결국 급진화된 생각과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 등 올해 들어 수십 차례 넘게 발생한 생활고에 따른 극단적 선택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표출된 행동과 상관계수가 높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자살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하위 계층에 오래 머물수록, 소득 수준이 종전보다 악화할수록 자살률은 급증한다. 미국의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에서 보듯이 인간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생존에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욕구에 속한다. 자유로움보다도 더 큰, 다른 어떤 욕구들 이전에 충족돼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차원의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다 복지 사각 발굴 시스템에도 허점과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 차원의 주변인에 대한 관심 제고와 공동체 복원도 필수적이다. 어느 한 부분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민관이 긴밀히 협조해야 할 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체 복원을 위해서 사회라는 이름으로 혹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혹은 지역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적 열망이 어떤 것인지 그 정체성의 확인이 요구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시대의 기술 진보가 명백한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공동선에 적대적이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진보가 아니며, 가장 강한 자의 법칙이 지배하는 야만적인 형태로 불행한 회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난한 이들의 존재, 즉 현시대에 뒤처진 사람들이 성가신 사람, 소모품으로 취급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자신의 힘만으로 혼자서는 견디지 못하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함을 강조한다.

임기 반환점에 돌아선 현 정부는 ‘복지’가 정치적 구호에서 벗어나 ‘정책’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복지 지출 비중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복지 제도의 확대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계획과 방향이 잘못되면 앞서 기술한 사건들처럼 역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복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복지구조 개혁에 대한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 지속 가능성과 발전은 공유된 책임이며, 공공부문뿐 아니라 기업·노동자 등 이해 당사자와 협력하여 추진해야 한다. 복지 사각 발굴시스템 사업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탁상공론이 아닌 국민들 안에서, 현장 안에서 그 목소리를 듣고 답을 찾는 과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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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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