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독자마당] 작은 영혼을 위하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의 어느 날,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 한복판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하수구에 갇혀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고요. 아마도 보름 이상 그곳에서 나오지 못한 모양입니다.
어른 여럿이 달려가 고양이를 구했으나 오랜 더위와 굶주림으로 너무나 허약해진 상태였습니다. 어쩌다 다쳤는지 모를 배의 상처에는 구더기가 잔뜩 붙어있었습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달려간 병원에서는 체력이 너무 약해져서 수술도 못 한다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수액만 놓고 스스로 이겨내길 바랄 뿐, 손을 쓸 수가 없던 것입니다.

구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웠던 걸까요.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흘간, 고양이는 찾아오는 이들의 볼을 부비며 힘껏 반겨주었습니다. 입원실에서 홀로 밤을 보낼 냥이가 불쌍하다는 결론에 자원봉사자 미카엘라 자매님 집으로 퇴원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살리려고 애쓴 보람도 없이 고양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태가 안 좋아지고, 서서히 숨이 멎으리라는 것이 보여 왔습니다. 함께 있던 어른들이 결국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 딸도 울고 있었지요.

그때 미카엘라 자매님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묵주를 꺼내 들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자비의 기도를…

아기 고양이의 숨이 멎을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한동안…

제 딸은 그런 자매님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은 고양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얼마나 자비롭고 따뜻한지…

제 딸은 그날 이후로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십오 년을 냉담하던 아이가 스스로 성당을 찾아가고, 묵주를 몸에 지니고, 이젠 매일 기도도 합니다. 온 세상에 자비가 베풀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한 사람의 행동이, 한 번의 기도가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곧 하느님의 자비가 아니었을까요.


최경순 도로테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6-12-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9

이사 57장 2절
그는 평화 속으로 들어가고 올바로 걷는 이는 자기 잠자리에서 편히 쉬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