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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가장 덥고 낮은 곳에서의 기도 /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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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잘 타지 않노라 자신했건만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워 주저앉게 될 정도로 더웠다. 거리 위의 모두가 연신 땀을 훔쳤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8월 1일 저녁, 쌍용차 고(故) 김주중 조합원 대한문 시민분향소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생명평화 미사가 열렸다. 숯가마 찜질방에 온 것만 같은 거리의 온도, 퇴근 시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어쩌면 이 더위에 이 거리 위에 우리를 이곳에 모이게 한 힘은 무엇보다 미안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 무렵 김득중 지부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천막조차 없이 70m가 넘는 고공에서 싸우는 파인텍 노조원들, 단식 농성 중인 전교조 교사들과 제주에서 행진을 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덥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함께 텐트촌을 세우고 연대해 싸우던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 용산 참사 피해자들 가운데 누구도 진상이 규명돼 삶터로, 일터로 돌아간 이가 없다고도 했다.

다음날 절절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그가 온몸이 바닥에 닿도록 절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고용안정’이라는 밭에 묻힌 보물, ‘인권’이라는 진주를 발견한 사람들이 뜨거운 여름의 거리를 지키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숨겨진 보물과 진주를 향해 가장 낮은 곳에 서 있는 이들의 곁에 서길 바란다. 그리고 여전히 진실과 투쟁하며 외롭게 거리에 선 이들이 하루빨리 그들의 삶터와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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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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