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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취재원 안 밝히면 일단 ‘불량뉴스’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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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기사나 가짜뉴스 중에는 유독 피동형 종결 어미를 쓴 문장이 많다는 게 지난 칼럼의 요지였다. 말하자면 ‘~알려졌다’ ‘~전해졌다’ ‘파악되고 있다’ ‘~점쳐지고 있다’ 따위의 표현이다.

왜 그렇다는 것일까?

보도문장에서는 취재원을 밝히라는 게 보도윤리의 최우선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말의 피동형 문장에는 행동주체가 나타나지 않는다. 앞서 사례를 든 문장을 다시 꺼내보자. ‘그가 알고 있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활동내용이 어떤 것인지 등을 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피동형으로 쓴 문장에서는 행동주체, 즉 취재원인 ‘알린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 것이다.

이는 기자가 정확한 취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기자 자신의 추측이나 선입견을 바탕으로 쓸 때, 또는 주위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옮기는 ‘카더라’식 보도를 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는 정확성과 객관성, 공정성이 부족하니 자연히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도문장 중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문장 형태로서 우리가 많이 접하는 표현은 피동형 말고도 있다. 역시 문장에서 행동주체(취재원)는 밝히지 않은 채 종결어미(마지막 문장)를 ‘~라는 평가다’라는 식의 명사형으로 맺는 경우다. ‘~라는 지적이다’ ‘~라는 비판이다’ 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실적을 겸비한 ○○건설이 유리한 입지에 있다는 평가다.

▲선거가 있는 해에 3억 원을 모금할 수 있는 것에 견주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시대에 다소 뒤처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위 문장들을 보면 누가 평가하고 지적하고 비판했는지 그 행동주체가 나와 있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정체불명의 제3자가 행동주체처럼 보이는데, 독자나 시청자들이 볼 때는 마치 객관성이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쉽다.

얼핏 보면 마치 여론을 대변하는 듯하다. 사실은 기자 자신의 평가나 지적, 비판을 무책임하게 정체불명의 제3자에게 떠넘긴 것임에도.

만약 이런 문장을 보도윤리 원칙에 맞도록 고치려면 당연히 취재원을 넣어야한다.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다양한 실적을 겸비한 ○○건설이 유리한 입지에 있다는 평가다. ○○○씨 등 금융업계 원로와 ○○○씨 등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라고 말했다.

▲선거가 있는 해에 3억 원을 모금할 수 있는 것에 견주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OOO씨 등 많은 정치학 교수들의 말이다.

▲시대에 다소 뒤처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전문가인 ○○○씨는 “~~~” 라며 “~~~”라고 설명했다.

‘~인 것으로 알려졌다’류의 피동형 종결어미와 ‘~라는 평가다’류의 명사형 종결어미. 이는 ‘취재원을 밝히라’는 보도윤리의 대원칙을 어기는 대표적 보도문장 형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취재기자들은 물론, 저널리즘을 앞장서 강조하는 유명 방송 앵커나 신문 칼럼니스트들도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나름대로 권위가 있다고 하는 언론인들도 이런 형편이니까 취재 및 제작의 경험과 환경이 충분치 않은 소규모 인터넷 매체, 나아가 1인 매체들은 실태가 어떨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수많은 소규모 인터넷 매체와 1인 매체들, 그리고 SNS를 이용하는 개인 중 상당수는 보도윤리에 맞는 뉴스를 취재하고 문장을 작성하는 방법에 서툴다. 그 같은 매체들을 심의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다른 큰 매체들의 뉴스를 확인도 않고 문장을 조금 변형해 그대로 다시 게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라면 실상 표절이라는 중대 윤리위반에 해당한다. 이럴 때에도 “~~라고 알려졌다”거나 “~~라는 평가다” 라는 표현을 자주 차용한다.

신문은 신문윤리위원회가, 인터넷은 인터넷윤리위원회가, 포털은 포털평가위원회가, 간행물은 간행물윤리위원회가 각각 심의를 하고 있지만 사전에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몇 해 전부터 기자들을 두고 ‘쓰레기’를 빗대 ‘기레기’라고 비아냥대는 풍조가 생긴 것도 이 같은 현실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으면서 때때로 위와 같은 편법도 동원하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이냐시오) 전 경향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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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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