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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3주일 (마르 1,14-20)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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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제게 커다란 열등감을 안겨준 텔레비전 프로그램 하나가 생각납니다. 물론 재미있게 보기도 했지만, 어떠한 장면을 보면서 ‘왜 나는 저렇지 않지?’라면서 괜히 부끄럽고 어디에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묘기 대행진’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세상에 이런 일이?’, ‘생활의 달인’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종종 어린이들이 나옵니다. 소위 천재, 영재 소리를 듣는 아이들이지요. 대단한 암기력을 보여주고, 외국어도 달달 욉니다. 암산을 비롯해서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풉니다. 이런 어린이들과 비교해보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지요. 마냥 이런 아이들이 부럽고 나도 저렇게 천재나 영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부러워했던 이 아이들은 커서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솔직히 어렸을 때의 천재성이 성장해서까지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4살 때 검사한 지능검사에서 IQ 210을 기록해서 세계에서 가장 머리 좋은 사람으로 기네스북까지 올랐던 사람도 현재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부러워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은 부러움이 더욱 더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 안에서 대단한 부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후대에 인정받는 것은 무엇일까요? ‘돈’일까요? 아닙니다. 돈밖에 몰랐다면 욕을 먹고 있을 테고,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 ‘돈’을 잘 활용해서 이 세상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이 세상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별것 아닌 것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신 미래를 바라보면서 했던 행동은 대단하게 평가받습니다.

소위 예전에 잘 나갔다는 분들이 술 한 잔 걸치시면 “내가 왕년에~”라는 레퍼토리를 쏟아내십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와~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살았으면…. 이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무용담과 같은 이야기는 관심이 없으며, 지금과는 전혀 상관없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듣기 싫은 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이야기, 지금을 더욱 더 잘 살 수 있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우리들이 미래를 바라보면서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길을 향해 나아가는 구원의 삶을 향하길 늘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버리고 예수님을 곧바로 따릅니다. 이는 요나의 말 한마디로 하느님을 믿고 악한 길에서 돌아선 니네베 사람들의 모습과 일치합니다. 이 모습에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시어 내리시기로 한 재앙을 내리지 않으시지요.(요나 5,10 참조)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도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1코린 7,29)라고 말씀하시면서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갈 것을 권고하십니다.

이제는 우리를 구원의 길로 부르시는 주님의 초대에 “예!”라고 응답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 “예”는 충만하고 전적이며, 평생을 걸 만큼 조건 없는 “예”입니다. 어중간한 “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솔직하게 어중간한 “예”에 길들어 있는 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죄송하지만 못하겠습니다.”, “오늘은 안 되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내일은 좀 더 나을 거예요. 내일 기도드리겠습니다. 선행도 하겠습니다. 내일에요.”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입니다. 이러한 어중간한 “예”를 통해서는 주님의 초대에 제대로 응답할 수 없음을 기억하면서 가장 큰 가치인 주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예”를 기쁘고 또 힘차게 외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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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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