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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21)“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요한 20,27)

확인하지 않고도 믿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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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제자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정말 그분일까? 서로의 눈을 의심하기도 하고 놀라움에 정신이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게다가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한 토마스가 그분이 살아나셨다는 소식에 무슨 그런 일이? 어떻게 보지 않고 믿어? 하고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예수님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독 여섯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게 하여 맛좋은 술로 변하게 하고, 빵 두 개와 물고기 다섯 마리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은 참으로 놀라운 일을 보았음에도 말이다.

그런 일들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서도 의심하고 믿지 못할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8주간 출퇴근하면서 치료받다 보면 오후 시간이나 주말에 음주 갈망을 못 견디어 다시 술을 입에 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가하면 치료사에게 마무리하는 전화나 문자를 반드시 하도록 하고 있다.

8주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은 술에 대한 갈망으로 불안감, 우울감, 감정 기복을 심하게 드러낸다. 이때에는 작은 일에 예민하고 갑자기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분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을 우리는 ‘마른 주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술은 마시지 않지만 갈망하는 데에 따른 증상으로 심리적 금단이라고 볼 수 있다. 마른 주정은 재발을 예고하는 증상들이므로 개인 상담을 통해 현 상태의 원인과 이유를 잘 설명해 문제들을 인식하게 하고, 가족들에게는 불필요하게 환자를 자극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한다.

마른 주정(짜증, 분노, 연민, 미움 등)은 8주간의 교육 과정 중 4주차 전에 대부분 발생해 음주를 다시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4주 정도 교육을 잘 견디면 조금씩 갈망이 줄어들고, 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정립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술에 대한 갈망을 견디지 못해 몰래 술을 마시고는 마시지 않은 것처럼 계속 가면을 쓰고 센터에 나오기도 한다. 8주 재활프로그램만이라도 마치기를 열망하는 가족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으려고 센터를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담을 통해 재발 증상들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내가 술 마시는 걸 수녀님이 보지도 않고 어떻게 나를 의심하느냐?”며 분노를 폭발시키는 사람도 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화를 낼 이유가 없고, “의심되시면 확인해 보시지요?” 하면 될 일인데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경우는 정말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의심을 받을 때도 있다.

재발을 반복하는 환자들은 늘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도 부족하다. 그런데 수녀들까지 의심하고 믿어주지 않으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할까? 미안한 마음으로 용서를 청하면 깊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수녀님, 제 가슴에 음주 측정기를 대어 보지 않고 저를 믿어주실 수는 없을까요?” 하루하루 어렵게 회복하시는 분들께 사랑의 마음 측정기로 믿어주는 치료자가 되길 다짐해 본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 : 032-340-7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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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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