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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3주일- 엠마오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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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만 신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스승을 잃어버린 죄책감과 상실감 그리고 두려움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오늘 복음은 실망과 좌절을 가슴에 안고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의 여정에 동행하신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동행하신 그분이 누구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루카 24,25)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이 약함을 매우 탄식하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성경의 말씀을 풀이해 주셨다. 그것은 당신에 대하여 일어난 모든 일이 모세와 예언자의 글과 모든 성경에 이미 기록된 예언의 내용임을 확신시켜 주신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길을 걸어가며 들은 성경 말씀에 큰 감명을 받게 되지만 그럼에도 고정관념과 선입견 때문에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늘 함께 살던 사람도 면전에서 알아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엠마오 길을 가던 두 제자도 예수님께서 동행하실 때에 그냥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인 줄 알았다. 부활이라는 말 자체를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예수님의 성경 말씀을 듣고, 예수님과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비로소 그들의 눈이 열리게 되어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로 알아보게 되었다.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루카 24,30-31)

여기서 ‘그들의 눈이 열리게 된’ 것은 그들의 깨달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 즉 ‘성령’께서 이뤄주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서서히 열리면서 어느 순간에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이렇게 그들의 마음이 뜨겁게 감동되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들려주었던 성경 말씀과 그 안에 역사하신 성령으로 인한 것이었다. 성령께서는 말씀 속에서, 말씀과 함께, 말씀을 풀어 주심을 통해 우리 안에 역사하신다. 그러나 우리가 그 성령을 온전히 자신의 삶 속에 모시지 못한다면 그냥 한순간의 타오름으로 끝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엠마오의 조촐한 식탁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해야 한다. 두 제자가 엠마오에 도착했을 때 길을 더 가려는 예수님을 청해 저녁을 먹지 않았다면 절대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에게 함께 머물러 주시기를 재차 청하였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고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나눠 주실 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었다. 물론 그 순간 예수님은 사라졌지만, 그들은 마음이 뛸 듯이 기뻤다. 오는 길에서 그들의 마음이 뜨겁게 타오르고 감동적이었던 이유를 그때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식탁에 우리를 초대하신다.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을 통하여 마련하신 영원한 생명의 식탁으로 오라고 부르신다. 이 식탁에서 나누어지는 예수님의 성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말씀의 뜨거움과 동행의 기쁨으로도 온전히 알지 못하며, 오직 당신이신 성체만이 당신 부활의 가장 큰 증거이며 우리가 갖는 유일한 확신이 되기 때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마르 14,22)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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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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