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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20) 고해소에서 만난 예수님

판공성사 뒤에 감춰진 주님의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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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어느 본당 판공성사를 다녀온 선배 신부님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강 신부, 며칠 전에 내가 동창 신부 본당에 판공성사를 주러 갔었어. 그 본당은 좀 어려운 본당이라 고해소도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아, 유아방 비슷한 곳에서 성사를 준 것 같아. 낮은 책상에는 십자가와 초, 그리고 물 한잔이 있었고, 나는 영대를 하고 정면을 바라보며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앉아 있으면 고해성사 보러 오신 분들은 나를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그런 상태에서 고해성사를 주었지. 암튼 한참을 성사 주는데 말이 조금 어눌한 분이 들어오셔서 성사를 보는 거야. 눈을 감은 나는 그 분 말투를 보니, 남자며 정신지체장애인이라는 것을 직감했어. 그리고 고해 내용을 다 들은 다음, 보속을 드리고 사죄경을 준 뒤에 ‘얼마 남지 않는 성탄, 잘 준비하세요’하고 인사를 했어. 그랬더니 그 분이 순간, 내 어깨를 툭-툭 치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더니, ‘안녕히 계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나가는 거야. 그런데 순간, 마음이 짠해지면서, 정말 예수님이 나에게 ‘수고 많지, 그래 힘내!’하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 이런 경험 처음이었어!”

나는 농담으로,

“형님, 정말 예수님이 정신지체장애우 분의 모습으로 오셔서, 형님이 성사를 잘 주나 안 주나 확인하러 온 거 아닐까요?”

“그런가! 하기야 예수님이 고백소에 그런 모습으로 오실 수도 있겠다, 하하하. 사실 고해성사는 하느님으로부터 위임 받은 일이잖아. 그래서 우리 임무는 신자들에게 ‘당신이 지은 그 죄보다 더 큰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해 주는 거잖아. 그런데 나는 고해소에 앉아서 무슨 ‘검사’나 된 듯 취조하고, ‘판사’나 된 듯 판결하고 하는 모습을 가끔 보거든. 그런 나를 아시고, 예수님이 정신지체장애우의 모습으로 오셨나보다.”

“아니에요, 형님!”

“근데 그 날따라, 우리 예수님 모습이 자유자재로 바뀌시나봐!”

“네에? 왜요?”

“아니, 그 날 판공성사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자매님이 키가 좀 크고 잘생긴 청년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래서요? 혹시 그 자매님이 성모님 같고, 그 청년이 예수님 같았다고 그러실거죠?”

“하하하, 아냐. 그 자매님은 그 청년의 어머니였고, 그 청년은 나에게 성사를 본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분이었어. 그리고 청년의 어머니는 나에게, ‘신부님, 우리 애가 성사는 잘 보던가요?’하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나는 ‘아, 네. 아주 잘 보던걸요. 그리고 아드님이 제게 큰 위로도 해 주던걸요! 아드님 때문에 행복한 시간이 되었어요.’ 하고 인사를 했지. 그러자 그 분이 ‘우리 애가 뭐 실수는 하지 않던가요?’ 하시기에, ‘아뇨, 아드님 마음이 예수님 마음을 그대로 닮았더라고요. 그리고 자매님, 아드님 키우느라 힘드셨을 텐데, 힘내세요. 참 좋은 아드님이예요!’ 그랬더니 그 분이 순간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깊은 인사를 하더니, 아들이랑 손을 맞잡고 집으로 가시는 거야. 나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면서, ‘저 어머니도 우리 시대의 성모님이시다’하고 생각을 했지.”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이 왜 이리 뭉클거렸는지!

‘아, 나도 고해소에서 예수님 만나고 싶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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