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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명화] (38) 내일을 위한 시간 & 고기 시리즈

갈수록 삭막해지는 현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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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포스터.

▲ 쩡판즈 작 ‘고기(肉)시리즈’.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무분별한 폭력과 일탈, 그리고 차별. 갈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무한경쟁은 좀처럼 주변인에게 마음을 열기 어렵게 한다. 우리 자신도 이해받지 못하고 기댈 곳이 없으니 이웃의 딱한 처지를 못 본 척 눈 감는다. 기댈 곳 없는 사회. 너나없이 ‘나도 힘들다’고 말한다.

2015년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사회문제에 천착하며 인간애를 잃지 않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다.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던 주인공 산드라가 복직을 앞두고 겪는 이틀간의 이야기이다. 산드라는 복직을 앞두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회사가 제안한 투표에서 동료들은 산드라의 복직에 찬성하는 대신 보너스를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로 인해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산드라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 동안 산드라는 자신의 복직 대신 보너스를 택한 동료들을 찾아가지만,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은 좀처럼 꺼내기가 쉽지 않다. “보너스 1000유로를 받는 대신 내 복직을 찬성해주면 좋겠어.” 산드라는 동료들에게 이 말을 반복해 말한다. 하지만 동료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산드라와 마찬가지로 동료들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 일을 하루만 쉬어도 생계가 곤란한 처지다. 투표 당일, 한 표 차이로 그의 복직은 무산된다. 직원들의 불편한 마음을 의식한 회사 임원은 산드라에게 비정규직 직원 한 명을 자르는 대신 복직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산드라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고, 오히려 만족감을 느끼며 회사를 떠난다.

가파른 삶에 내몰린 현대인의 생존 욕구를 교묘히 이용하는 잔인한 셈법은 어디에나 있다. 중국 현대화가 쩡판즈의 ‘고기(肉)시리즈’. 그림 속 인물들은 생존을 위해 비릿한 푸줏간에서 육신을 드러낸 채 일하고 있다. 날고기와 노동자의 몸은 모두 시뻘겋다. 힘겨운 삶에 감각이 거칠게 마비된 것이다.

쩡판즈가 고향 후베이성 우한에 있을 때, 그의 작업실은 정육점 거리에 있었다. 우한은 충칭, 난징과 함께 중국에서 여름이 무덥기로 유명한 곳. 그는 정육점 거리 사람들이 숨 막히게 더울 때면 냉동실 고기를 꺼내 그 위에 천을 덮고 낮잠을 청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극한의 더위와 졸음은 피비린내와 생고기가 주는 역겨움을 잊고 본능에 충실하게 했다.

영화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마저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돈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수성은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 우리의 고통은 쩡판즈의 그림 속 푸줏간 일꾼들의 내면과 이어진다. 아무리 비리고 역겨워도 눈을 찔끔 감고 가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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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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