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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새댁에게 친정 언니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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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성화 주간 / 마르테스씨와 조해전씨의 ‘가족’ 이야기

▲ 12월 23일 경기도 일산의 한 분식집에서 마르테스씨(왼쪽)와 조해전씨(오른쪽)가 저녁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유리 기자

▲ 마르테스씨와 조해전씨는 평소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서로 안부를 묻는다. 대화 내용 캡쳐.

가톨릭 교회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인 12월 27일부터 1월 2일까지 일주일을 가정 성화 주간으로 지낸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가정 성화 주간 담화문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사랑의 친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정 성화 주간을 맞아 국적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두 명이 사랑의 친교를 나누는 현장을 찾았다. 필리핀에서 온 이주여성 마르테스(43)씨와 의정부교구 대화마을본당 조해전(헬레나 49)씨다.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가슴으로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정 성화의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보자.

“마르테스 뭐 먹을래? 배고프지?”

12월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전철역에서 나온 마르테스씨의 가방을 들어주며 조해전씨가 물었다.

“배 쪼끔 고파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아무거나라고 하지 말고 콕 짚어서 말하라고 했잖아~ 저기 분식집 보이니까 일단 저기 가서 골라볼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9월 의정부교구 파주엑소더스(이주민센터)의 멘토ㆍ멘티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주여성에게 언제든 속마음을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친정 언니’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은 멘토 멘티로 인연을 맺었다.

조씨는 마르테스씨를 만나는 데 처음에는 의무감이 많이 작용했다고 한다. 그는 “초반에는 마르테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부담이 느껴지기도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뭘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나자고 마음을 먹었더니 관계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조씨와 마르테스씨는 한 달에 1~2번 만나 일상을 공유한다.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장도 함께 보며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마치 친언니와 동생처럼 말이다. 이런 평범한 시간이 마르테스씨에게는 특별하다.

“언니를 알기 전에는 한국인 친구가 없었어요. 남편은 5년 전에 사고로 죽고 시댁이랑도 연락이 끊기면서 한국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마르테스씨가 말했다. 2008년 한국 남성과 결혼하면서 우리나라에 오게 된 마르테스씨는 2년 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혼자가 됐다.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한국에 계속 살고 싶었다.

혼자 벌어 먹고사는 어려움보다도 마르테스씨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지독한 외로움이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어디에 털어놓을 데가 없었다. 그럴 때 만난 조씨는 마르테스씨에게 ‘친언니’가 돼 주었다.

“언니한테 고마운 거 너무 많아요. 언니가 항상 하는 말 중에 하나가 ‘괜찮다’고 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제가 원하는 것 확실하게 말하고 싫은 건 싫다고 하라고. 저한테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 없었어요.” 마르테스씨가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말투로 설명했다.

마르테스씨가 고맙기는 조씨도 마찬가지다. 조씨는 “마르테스와 언니 동생으로 지내면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졌다”며 “저도 모르게 외국인들을 향해 쌓았던 마음의 벽이 마르테스 덕분에 허물어졌다”고 웃었다.

지금도 마르테스씨와 조씨는 파주엑소더스의 멘토ㆍ멘티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둘은 이제 단순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넘어섰다. 피가 아닌 마음을 나눈 가족. 둘은 가족이 됐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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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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