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받거나 약국에서 약 처방을 받을 때 “이런 음식은 피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약은 약을 먹는 사람의 나이, 체중, 성별, 질병 상태, 복용량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함께 복용하는 다른 약물이나 음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음식을 알아보자.

나이가 들면 고혈압약을 먹는 사람이 많다. 앤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 고혈압약은 약물이 혈액 속에 칼륨 농도를 높일 수 있어 바나나, 오렌지, 녹황색 채소 등과 같이 칼륨이 많은 과일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칼륨혈증이 생기면 신경 전달에 장애가 생겨 무기력감을 느끼고 심하면 근육이 마비돼 손발이 저리고 다리가 무거워진다.

초기 고혈압 치료로 이뇨제를 많이 사용한다.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스피로노락톤 같은 이뇨제는 다른 고혈압 약물과는 달리 체내의 무기질과 칼륨, 칼슘과 마그네슘을 체외로 배출시켜 오렌지, 바나나, 건포도 등 칼륨이 많은 과일과 시금치, 당근 등 채소를 충분히 먹고 무기질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또 티아지드계 이뇨제는 조미료로 사용되는 MSG 작용을 상승시켜 두통, 어지럼증, 입 주위 마비, 흉통이나 복통이 생길 수 있어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통풍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음식은 청어, 고등어, 멸치 등 푸른 생선이나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유제품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맥주는 퓨린 함량이 높아 완전히 자제해야 한다.

진통제는 두통, 근육통부터 생리통, 치통까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소염진통제 대부분은 위장장애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복용할 때 음식 또는 우유랑 같이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복합진통제는 약 자체에 카페인이 함유돼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드링크류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 과잉상태가 되어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다.

만성질환으로 여러 약을 동시에 먹으면 약물끼리 상호작용도 더 잘 일어날 수 있다. 언제 어떤 약을 먹었는지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주혜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