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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 첫 평전, 신앙과 인간에 대한 성찰 조명

구도 시인 구상 평전 / 이숭원 지음 /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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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후반의 구상 시인.



사제가 되려 했다. 기자로 사회정의에 투신했다. 한국 전쟁 때는 종군 작가로 활동하다가 인간주의에 천착한 시를 썼다. 그의 85년 삶을 관통한 것은 가톨릭 신앙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었다.

구상(요한 세례자, 1919~2004)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첫 평전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인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구상 시인의 삶을 복원했다. 구상 시인의 일본 유학 시기를 비롯해 언론인으로서 면모, 이중섭과의 관계, 문학의 의욕, 구상의 인품 등을 담아냈다.

구상 시인은 1946년 12월, 원산문예총연합회 청탁으로 해방 기념 시집 「응향」에 세 작품을 발표하며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현실 도피적이고 퇴폐적인 정서를 지적하며, 시집을 반동 행위로 규정했다. 사상적 검열과 정치적 탄압으로 며칠을 숨어 지내다 서울로 떠나지만, 연천의 38선 경계에서 체포됐다. 그는 재래식 변소 밑으로 들어가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그래서 월남한 반공 문인으로 남한 문단에 이름이 알려졌다.

구상 시인은 참혹한 전쟁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지만, 비극에 머무르지 않는다. 비극이라는 검은 흙에 생명의 씨를 뿌린다. 그의 문학적 열망은 인간에 대한 환멸이 아닌 연민으로 향했다.

“판잣집 유리딱지에 / 아이들 얼굴이 / 불타는 해바라기마냥 걸려 있다.// 내려 쪼이던 햇발이 눈부시어 돌아선다./ 나도 돌아선다./ 울상이 된 그림자 나의 뒤를 따른다.(중략) / 저기 언덕을 내려 달리는 / 소녀의 미소엔 앞니가 빠져/ 죄 하나도 없다.”(「초토의 시 1」 중에서)

이숭원 평론가는 “구상의 문학은 소박한 진실이 화려한 수사보다 더 고귀하다는 문학적, 윤리적 당위성에 바탕을 두었다”고 했다. 치장과 치레에서 벗어나 세상 만물을 진실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가 바란 일이었다.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구상은 성 베네딕도회에서 운영하는 덕원신학교를 다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3년 만에 자퇴하기도 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추천 글을 통해 “외세 지배와 민족 분단과 동족상잔, 그 고난의 역사 속에서 정련된 시인의 문학은 끝내 큰 물줄기를 이루어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다”고 썼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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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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