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의 탄광촌에 사는 신부가 있다. 담낭암 수술을 받고 4년째 병원을 오간다. 태백산 함백산 자락 주변에는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쓰며 낡은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 가난하고 착하고 순박한 어르신들이 산다. 무슨 인연인지, 세 번째 탄광촌으로 발령을 받고 더는 연탄가스 냄새가 낯설지 않다. 그는 “여기가 아니라면 버려지는 연탄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직 타보지 못한 연탄 덩어리가 탈 가능성만 자랑하며 얼마나 허풍을 떠는지 알 수 있었겠는가” 하고 되묻는다.
14년째 탄광촌에서 사목해온 김영진(원주교구 도계본당 주임) 신부<사진>가 사목일기 두 권을 펴냈다. 「연탄일기」는 수필집, 「연탄님」(기쁜소식)은 시집이다.
김 신부는 사제로서 탄광촌에서 사목하게 된 이야기부터 탄광촌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녹여냈다. 겨울에 연탄을 지원해주면 백김치 한 통으로 되갚는 소박한 신자들의 흐뭇한 사연이 담겼다. 5살 된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이튿날, 도시락을 들고 비틀거리며 광산으로 탄을 캐러 출근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느낀 엄혹한 삶의 현장도 기록했다.
김 신부는 연탄가스 냄새를 맡으며 순박한 이웃들을 떠올리며, 연탄재조차 벗으로 다가온다고 고백한다. 김 신부는 산을 덮은 나무, 산을 이룬 돌과 흙을 보며 “서로 달라 조화롭고, 서로 달라 아름답다”고 썼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