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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 다룬 다큐 영화 나온다

동유럽에 보내진 전쟁 고아 조명 ‘김일성의 아이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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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 조선인민학교 교사 미르초유와 북한 아이들.


▲ 불가리아에 도착한 북한 아이들을 기다리는 주민들.




1950년대 동유럽에서 살던 북한 전쟁고아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25일 개봉한다.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남과 북을 합쳐 10만 명에 이른다. 남한은 미국과 서유럽 등에 전쟁고아를 입양 보냈고, 북한은 사회주의 노선을 따르는 동유럽 여러 나라에 ‘위탁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보냈다. 영화는 당시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에 보내진 북한 전쟁고아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아들의 나이는 열 살 안팎. 이들이 머물던 시설은 ‘조선 인민학교’ ‘김일성 학원’으로 불렸지만, 외부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낯선 땅에 온 북한 전쟁고아를 현지 주민과 교사, 의료진, 영양사들은 헌신적으로 돌봐줬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이들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렀다. 현지인들도 아이들을 자식처럼, 형제자매처럼 아꼈다. 국경과 인종, 이념과 사상을 초월한 사랑과 우정은 그렇게 쌓여갔다.
 

평화롭던 시간도 잠시, 북한은 1956~1959년 동유럽에 있던 아이들을 모두 북한으로 불러들였다. 동유럽에 번진 자유화 바람을 감지한 김일성이 내린 결정이었다. 실제로 유럽 문화와 생활에 익숙해진 일부 북한 고아들은 반김일성 쿠데타를 일으키기도 했고, 송환을 거부하며 시설을 탈출하기도 했다. 북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동유럽 ‘부모’들에게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편지를 보내왔지만 2~3년 뒤에는 그마저도 끊겼다. 아이들의 생사는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동유럽 현지 교사와 주민들은 아이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불렀던 북한 노래, 아이들이 가르쳐 준 한국어를 여전히 알고 있었다. 영화 예고편에선 백발의 불가리아 할머니가 “내 친구 이름은 김금순이었다”면서 “보고 싶은 내 친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란다”고 영상 편지를 보낸다. 전쟁이 낳은 이별의 아픔은 한반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를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들의 동유럽 이주는 인류가 반드시 간직해야 할 양심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우정,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버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립 PD로 30년 가까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그는 이번 영화의 각본, 감독, 편집을 도맡았다.
 

김 감독이 북한 전쟁고아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선배였던 박찬욱 영화 감독에게 “루마니아에 북한 남편을 40년 넘게 기다리는 할머니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할머니를 찾아 루마니아에 갔다. 할머니의 남편은 1950년대 전쟁고아들과 함께 온 북한 교사였다. 현지 취재를 하면서 그의 시선은 북한 남편과 루마니아 아내에서 전쟁고아와 그들과 함께했던 이들의 삶으로 확대됐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긴 세월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가족이 함께 살아가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영화 제목은 두 고향(two homes)이었다.
 

2020 평창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영화는 최근 미국 뉴욕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했고, 프랑스 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올랐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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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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