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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과 사회연대경제 실천서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 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마 신부 지음ㆍ박형준 옮김 / 마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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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난하고, 탄압받는 민중과 살고 싶었던 네덜란드 출신의 한 사제는 남미로 떠난다. 칠레의 광산, 멕시코시티의 슬럼가를 거쳐 멕시코의 이스트모 산악지대에서 가난한 커피 소작농들과 함께 일하며 산다. 커피 소작농들은 고된 노동에 매달리면서도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수익 대부분은 중개상과 다국적기업이 독점했기 때문이다.
 

신부는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커피를 수출하는 경로를 만들기 위해 1981년 ‘이스트모 지역 원주민 공동체 협동조합(UCIRI)’을 만든다. 커피 소작농들은 수익이 증가하면서 삶의 질이 향상됐고, 빈곤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살아간다.  
 

‘공정무역의 창안자’ 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스마 신부가 공정무역과 사회연대경제를 가능하게 한 사유와 실천을 기록한 책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본주의의 근원적 문제에 저항해 자선이 아닌 연대와 정의로 일군 평화적 혁명을 써내려갔다.
 

멕시코 오지의 원주민 공동체에서 시작된 실험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체제에 맞서 착취와 배제의 경제가 아닌 다른 세계가 가능함을 증명해냈다. 보에르스마 신부는 1988년 경제학자와 함께 최초의 공정무역 라이선스 ‘막스 하벨라르’를 만들었다. 이는 현재 170만 명의 농부와 노동자들이 1700여 생산자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대안 경제 운동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가진 폭력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착취와 배제의 경제구조에서 인간적이고 민주적이며 사회적인 시장으로의 전환, 이윤의 민주화와 공정한 재분배가 관건인데, 이는 자선과 원조에 의존해 이룰 수 없다. 공정무역과 사회연대경제는 저자와 멕시코 농부들이 도전한 아래로부터의 대안이다.
 

보에르스마 신부는 “시장에서 베푸는 자선은 해롭다”고 강조한다. “자선은 가난한 사람을 객체로 도구화하며, 위기를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이용하려 들고 이런 정치적 목적에 인도주의적 긴급 구호라는 외피를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송경용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신부님은 농부들과 함께 구성원이 서로 연대하고 결정하는 민주성, 경제 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생산자와 나누고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공정성, 이 모든 것을 구성원 스스로 실현하 는 자주성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을 상상했다”며 “이 책은 새로운 경제,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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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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