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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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사의 영적 스승이 바라본 ‘안중근 토마스’

안중근 순국 110주년 기념 서한집 빌렘 신부의 편지 중 26통 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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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 저격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를 찾아가 마지막으로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주고 미사를 함께 봉헌했던 빌렘(1860~1938, 파리외방전교회) 신부가 안 의사를 생각하고 조선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선에서 사목 중인 여느 프랑스 선교사와는 달랐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당시 세계 정세에 따라 일본 제국주의를 인정하며 조선 신자들의 민족 운동과 독립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것이 조선 천주교회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해서다. 뤼순형무소에 갇혀 있던 안 의사가 조선 교회에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을 때 조선대목구장 뮈텔(1854~1933, 파리외방전교회) 주교가 이를 거절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정치적 위험 부담을 고려한 뮈텔 주교는 사제들에게 안 의사를 만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빌렘 신부는 뮈텔 주교에게 불순명하면서까지 안 의사를 찾아갔다. 안 의사에게 세례를 줬던 사제로서 안 의사를 가까이서 지켜본 빌렘 신부는 목자를 찾는 어린 양의 호소를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그 역시 처음엔 일제에 대항하는 조선인의 활동에 부정적이었지만, 안 의사의 삶과 신앙을 보며 이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빌렘 신부도 자신의 고향 프랑스 로렌 지역이 독일에 점령돼 국적이 바뀌는 경험을 한 터였다.

안 의사 순국 110주년을 기념해 빌렘 신부가 남긴 사목 서한을 토대로 안중근 의사와 그의 집안에 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집 「빌렘 신부, 안중근을 기록하다」가 발간됐다. 안중근 의사와 안 의사의 영적 아버지 빌렘 신부의 삶과 신앙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는 빌렘 신부가 남긴 편지 281통 가운데 안 의사와 관련된 편지 26통을 골라 번역하고 주석과 해제를 달았다. 프랑스어 판독본은 물론 다양한 사진 자료와 연보도 수록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안중근 가문의 신앙생활, 하얼빈 의거, 황해도 지역에서 일어난 천주교회와 관ㆍ민(官民)간의 충돌사건인 해서교안(海西敎案) 등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빌렘 신부는 1889년부터 1914년까지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1883년 사제품을 받고 말레이시아 페낭신학교에서 신학생 양성을 담당하던 그는 한국 유학생을 가르치면서 한국 파견을 희망했다. 1889년 서울에 도착한 빌렘 신부는 제물포본당(현 인천교구 답동 주교좌본당) 초대 주임, 용산 예수성심신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고 1896년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 지시에 따라 황해도 지역 사목을 담당했다. 이때 안중근의 아버지 안태훈(베드로, 1862~1905)을 만나 안씨 가문에 세례를 주며 안중근 의사와 인연을 맺었다. 안 의사는 열일곱 살 때 빌렘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빌렘 신부 복사로 활동했다.

빌렘 신부 서한에 나타난 안 의사의 신앙생활은 “매우 모범적”이었다. 안 의사는 아침ㆍ저녁 기도와 묵주 기도를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안 의사는 빌렘 신부와의 마지막 미사 때 복사를 섰다. 빌렘 신부는 “토마스는 5년 동안 미사 참례를 못 했어도 답창을 한 구절도 잊지 않았다”며 그의 신심에 감격해 했다.

뮈텔 주교의 허락 없이 안 의사를 만난 빌렘 신부는 60일간 성무집행 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이후 빌렘 신부는 이에 강하게 항의하며 뮈텔 주교와 갈등을 겪었고 결국 한국을 떠나야 했다.

조한건 신부는 “이 책은 연구자를 위한 번역 자료집이지만, 신앙인 안중근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빌렘 신부 나머지 편지가 모두 번역돼 빌렘 신부의 삶도 다시 한 번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빌렘 신부, 안중근을 기록하다

한국교회사연구소 / 조제프 빌렘 지음·최용록·신혜림 옮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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