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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순간에도 찾아오는 주님의 손길

(87)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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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악으로 갚는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하고, 언제나 서로 남에게 선을 행하도록 힘쓰십시오. 또 모든 사람에게 선을 행하십시오.”(1테살 5,15)

강대규 감독의 영화 ‘담보’는 특별한 가족 이야기이다. 1993년 인천에서 사채업자로 사는 두석과 종배는 이자가 계속 밀리는 조선족 명자를 겁주기 위해 그녀의 딸인 승이를 담보로 데리고 온다. 그러나 다음 날 돈을 갚기로 한 명자가 밀입국 단속에 걸려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되고, 갑작스럽게 명자를 대신해 승이를 떠맡게 된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부산에 사는 승이 큰아버지에게 그녀를 보내지만, 왠지 못 미더운 상황에 안절부절못하다 승이가 팔려간 것을 알게 되어 그녀를 되찾아온다.

악연이 인연이 된다? 돈을 억지로라도 받겠다는 생각에 아이를 데려온 두석의 무모한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아이를 되찾기 위해 엄마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올 것이라는 모성애를 이용하지만, 두석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은 전개된다. 그리고 두석과 담보로 잡힌 승이의 관계는 이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처음에는 돈을 받기 위한 담보였다면, 누군가를 대신해 챙겨야 하는 존재가 되고, 어느새 딸과 같은 소중한 존재가 된다.

우리는 신앙을 최고의 가치로 살려고 하지만 일상적인 삶에서 늘 복음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때론 사적인 이익을 좇아 거짓말과 불의를 선택하고, 이런 말과 행동이 익숙해질 때 신앙 없이 사는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가 되어가기도 한다.

우리가 믿어야 하는 한 가지는 신앙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는 그 순간에도 주님은 나와 함께 하시며, 당신의 방법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는 것이다. 희미하게나마 그 초대를 인식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 대한 회개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사채업자로서 돈에 눈이 멀었던 두석이 승이를 걱정하고, 그녀를 다시 데려와 어엿한 존재로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서 비록 낳은 정은 아니지만 기른 정을 키워 부모의 마음을 배우고 선한 삶을 살아간 것처럼.

우리는 모두 약하고 죄도 많이 짓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거룩함으로 불리는 존재이다. 거룩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지금 내가 완전해서가 아니라 비록 불완전하고 죄 많은 존재이지만 그분 안에서 사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내 생각과 판단, 가치를 앞세우기보다 복음적인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조금씩 실천해 나아가는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적인 가치 대신 예수님께서 끊임없이 강조하시는 사랑과 자비, 용서와 같은 신적인 가치로 살아가는 것.

삶의 변화, 죽음의 길에서 생명의 길로 넘어감을 통해 우리는 비록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영원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잠시나마 체험하고 그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체험을 자연스럽게 나눔을 통해서 공동체적 구원을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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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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